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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느 Dec 30. 2022

놀라운 프로덕트, 간절한 기획자

두 번째 | 연말 스픽에서 살아남기

2022년 달력이 한 장 남짓 남자 우리의 눈빛은 또다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망설이면 안 된다. 내가 써 내려가는 이 카피는 타협의 여지가 없고, 틀려서도 안된다. 우리가 성공시켜야 하는 프로모션의 일정과 그 역순으로 세워지는 할 일들에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달력에 모든 기획 일정, 디자인 일정, 퍼블리싱 일정을 선을 그어놓고 보니 12월의 날들이 31개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푸념할 시간조차 없었다. 우리는 달려야 했다. 이제 막 test flight에 베타라는 이름을 머쓱하게 달고 나온 이 따끈따끈한 신제품을 데리고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내가 AI 튜터를 경험했을 때 나는 그것이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충격과 확신이 동시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스픽에 있는 1년 동안 정말 한국에 나와있는 모든 영어 서비스에 돈을 써봤다. 그리고 그중에는 스픽도 있었지만, 결국 나의 영어를 늘게 한 것은 원어민 선생님과의 과외(10%) 그리고 샌프란 팀과 하는 영어 미팅(90%)이었다. 


그런데 AI 튜터와 처음으로 긴 대화의 수업을 했을 때 나는 느꼈다. '이제 끝났다'라고. 실제로 AI 튜터와 수업이 익숙해질수록 링글이나 원어민 과외들이 턱없이 비싸게 느껴졌고, 모든 문장을 정리하고 교정하고 싶은 극 J의 성향의 나에게는 이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2월, AI튜터 론칭을 앞둔 나는 내가 느꼈던 그 충격과 감각을 내가 만드는 광고 영상에, 랜딩 페이지에 모두 녹여내야 했다. '진짜로 AI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그 소중한 감각이 없어질까 봐 베타 앱에 버그가 있을 때에는 사용을 피했다. 그 정도로 나는 AI튜터에 진심이었다.


'마케터에게 좋은 프로덕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천운인가'.

그 사실을 너무 잘 아는 나라서 잘 표현하려고 애를 쓴 나의 카피가 제품의 뛰어남을 담지 못할까 겁이 났다. 그렇다. 스픽는 그런 서비스였다. 마케터가 프로덕트 하나 믿고 돈을 팡팡 쓸 수 있는 그런 서비스. 이번에도 '프로덕트'에 한 번 더 기대어 대박을 터뜨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얕은 희망 같은 것들을 줄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한편으로는 이 놀라운 프로덕트를 만들어준 개발 팀과 신기능 출시에 날이 바짝 서 있는 코너를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너네가 고민하는 것만큼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 '잘 만든 서비스를 절대 허투루 팔지 않겠다'라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슬라이드 하나하나를 채워나갔다. 

카피를 써 내려갈수록, 점점 더 간절해졌고 욕심이 났다. 그리고 모든 기획을 완료했을 때에는 모든 장을 영어로 완벽하게 번역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빠르게 모든 카피를 파파고로 돌리고, 어색한 부분만 다듬어서 샌프란에 공유했다. 반응은? 'Super Great.' 랜딩 페이지를 기획하기 전에 진행했던 메시지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획이었기에 샌프란 팀도 쉽게 납득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시름 놓였다. 이제 이 기획을 가다듬고 나의 영혼의 파트너 디자이너에게 넘길 차례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기획을 잘해서 이 서비스를 돋보이게 할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픽이 나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그것뿐일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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