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OO비용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
요즘 들어 주변에 부쩍 물건이 많아졌거나, 정리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많이 힘든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 당신은 매달 어느 정도의 ㅅI발 비용을 쓰고 있는가?(이후부터 OO비용이라고 표기하겠다.) 웬 OO비용이냐고? 먼저 OO비용에 대해 알아보자.
- OO비용;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OO비용은 비속어인 ‘OO’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이를 테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고급 미용실에서 파머하거나 평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던 길을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지출하게 된 비용이 해당된다.
OO비용은 결국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스트레스로 인해 써 버린다는 것인데, 기분전환을 위해 쓴 돈보다 더 문제는 불필요한 물건이 점점 쌓여간다는 것이다. 힘들다는 핑계로 나도 모르게 충동적인 소비를 하게 되고, 그렇게 산 물건은 애초에 크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만 잠시 볼뿐 그 후로는 방치하게 된다. 힘들어서 에너지가 없으니, 당연히 이런 물건들을 정리할 여력도 없다. (OO비용을 주로 배달음식에 쓰는 사람은 집에 일회용 용기가 넘쳐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소비를 했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 정리가 안 되는 공간을 보며 스트레스를 더 받기도 한다.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는 또다시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지고, 이런 소비로 인해 다시 물건이 쌓여간다. 이렇게 OO비용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화장품을 주문하거나 쓱 배송해주는 온라인 마트에서 이것저것 괜히 상품을 더 담았다.
‘힘들었는데, 이 정도는 사도 되잖아.’
하는 마음에 소비를 제어하는 스위치가 없었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쇼핑을 하고는 다음날 쾡한 얼굴로 출근을 하고 또 스트레스를 가득 안은채 돌아와서는 OO비용을 쓰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단 소비를 멈춰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쇼핑 금지 주간을 정하는 것이다. 한주를 정하고 그 주는 꼭 필요한 식사, 교통비 등을 제외하고는 일체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 같은 때에 날을 정해 그동안 사놓고 쌓아온 물건들을 처분(?)한다. 필요한 물건은 열어서 제대로 쓰고, 필요 없는 물건은 주변에 선물로 주거나 버리는 등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를 하다 보면 1+1, 특가 할인이라며 덜컥 산 물건들이 별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한 번 나의 소비를 돌아봐야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소비욕구를 좀 자제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리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두에서도 말했듯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다.
매달 지출하는 OO비용의 규모가 내가 지금 힘들고 아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 주변에 부쩍 물건이 많아지고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면 먼저 나부터 돌아보자. 그리고 지금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원인을 없앨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없앨 수 없다면 스트레스 정도를 줄이기라도 해야 한다. 회사가 스트레스의 주요인라면, OO비용으로는 절대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텅장을 보며 허무함에 일할 의욕마저 오히려 떨어질 테니.
지나고 나서 보니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원인은 나의 삶에서 회사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단순 소비를 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적은 금액의 적금을 해봐도 좋고, 평소 관심 있어하던 취미를 한다거나, 아예 잘 모르고 있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배워보는 것도 좋다. 일과는 관련 없는 작은 목표를 세워보고, 그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이길 에너지를 만들어 주도록 하는 것이다.
무조건 돈을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나를 위한 선물도 때로는 필요하고, 가끔 맛있는 음식이나 휴식과 함께 받는 마사지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습관적으로 하는 소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이 나의 삶을 위한 것인지, 잠시 느끼는 짜릿함을 위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나의 삶을 위한 방향으로 무언가를 했을 때 그것은 선순환이 되어 돌아오지만, 잠시 느끼는 짜릿함 위주로 생활하다 보면 결국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악순환이 되어 돌아온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무얼 살까 고민하지 말고, 가끔은 휴대폰을 멀리 두고 눈을 지그시 감은채 생각에 잠겨보자.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상태가 되고 싶은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고, 나를 가장 열심히 돌봐야 하는 사람도 나다.
오늘은 어떤 OO비용을 쓸지 고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주자.
“오늘도 고생했어. 오늘은 뭐가 제일 힘들었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