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동감 Agree 22화

판옵티콘과 인터넷

감시와 견제

by Paul

요즘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 사람들이 많다.

바빠서가 아니고 필요 없는 광고 전화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하라는 전화가 대표적으로 많고 대출권유, 상조 가입하라는 전화도 일반 휴대폰 번호로 오기 때문에 무심코 받았다 그냥 끊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자메시지, 이메일은 보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많아 수신거부, 스팸처리를 해도 전화번호 바꿔서 자주 보내고 한참 바쁠 때 영업전화 받으면 갑자기 짜증이 나서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화가 나도 그냥 끊어야 한다.

이메일 광고는 그냥 삭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수법도 교묘하게 발달해서 인터넷쇼핑 할 때 할인쿠폰 받으면 자동으로 보험회사와 연결되어 개인정보까지 공유하고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서 이벤트 안내 전화라고 받아보면 보험, 상조 가입하라는 내용이며 메일함 열어보면 광고 메일 삭제하는 게 짜증 날 정도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쇼핑 잘 하는 사람들은 쇼핑몰 회원가입도 가려서 하고 상품쿠폰도 구별해서 받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만 골라 때 맞춰 하는 것처럼 대출권유 전화도 시기적절하게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보고 듣는 광고의 차원을 넘어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오는 대형회사의 영업 타깃은 국민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업종의 회사들은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공유하고 대규모로 고객정보를 팔고 사다가 적발돼서 범칙금처벌 받는 회사도 뉴스에 보도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고 너무 흔한 일이다보니 요즘은 그런 사례가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근절되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만 간다.

불편해도 필요 없는 전화, 메일이야 안 받으면 그만이지만 심각한 문제는 개인정보가 엄청나게 유출되고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본인도 모르게 노출되고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며 인터넷하다 모르는 사이트에 접속 만해도 자동으로 회원에 가입되어 회비를 청구당하는 경우는 다반사지만 그때마다 일일이 전화해서 가입취소 하지 않으면

몇 천 원씩 통신비에 포함되어 빠져나가고 환불처리 직접해야하는 불편도 겪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교묘하게 법적으로 피해가려고 공지문은 메시지 광고와 섞어 눈에 보이지도 않게 깨알만한 글씨로 기재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수법이 대형 회사 마케팅이 되었다.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 현혹해서 혜택 준다는 명목으로 부당 청구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몇 천원 모르게 청구돼도 회원들은 내역도 모른 채 회비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입장에서는 푼돈이지만 회원고객이 몇 십만 명에서 100만 명을 넘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을 기업이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소비자 보호한다는 정책으로 기업 활동에 제동을 걸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이 상응하는 마케팅 전략은 시시각각 진화해서 기업의 손해는 고스란히 고객으로 넘어가는 영업시스템은 어제, 오늘에 생겨난 기업의 전략전술이 아니다.

그나마 일일이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문제가 붉어지면 나중에 불만접수한 사람들만 피해를 면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사소한 피해는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부당이득은 언제나 합법적인 고객의 실책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눈감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첨단시대에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우리의 생활에 더할 나위 없는 편익을 제공하지만 그에 따르는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불필요한 통신비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비싸게 부담해야 하고 가계지출의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통신료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사용료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터넷 없이는 살수 없는 세상에서 모든 개인의 정보가 사생활의 보호 없이 기록되고 공유, 열람이 가능한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구축되었으며 보이스피싱 사기는 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

심지어는 개인의 오고 가는 동선 까지 CCTV로 촬영되어 보관되고 태평양, 대서양 건너 여행한 기록도 평생 동안 보관된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율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는 높아지는 반면 개인의 사생활은 낱낱이 공개되는 자유가 없는 판옵티콘 속에 인류는 살고 있다.

판옵티콘(Panopticon)이란 1791년 영국 최초의 감옥형태로 죄수들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원형구조로 건축되었고 원형 가운데 위치한 교도관은 죄수들을 한눈에 관찰하기 편리한 구조이지만 죄수들은 교도관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중앙은 어둡게 설계되어 죄수들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감옥이다.

판옵티콘은 감옥에서 공장. 수도회. 교회, 학교 및 사회 전체적인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유럽전지역의 건축형태로 이어졌으며 그 대상은 죄수에서 노동자, 군인, 학생, 관리인, 수도사와 귀족 및 자본계급까지 사회의 메커니즘을 형성했다.

프랑스 파리에는 관공서와 교회, 공동묘지와 유흥가가 모두 도심 한가운데에 집중되도록 도시가 건축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럽 건축물의 구조가 감시기능을 목적으로 왕궁을 중심으로 원형형태로 연결된 것은 판옵티콘의 감시기능이라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시대의 사회는 인터넷을 통한 은행기록과 신용카드 거래내역, 의료기록 및 개인의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와 열람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기록을 확인 할 수 있으며 개인의 행선과 동선 마저도 촬영되고 기록되는 판옵티콘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반담이 고안한 판옵티콘은 그 이후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도시건축의 기능으로 자리를 잡았다.

건축구조의 역할에서 정치적인 부분으로 연결되어 과거시대 권력의 악습만을 답습한다는 판옵티콘의 기능은 오늘날 정보 사회의 통신 역할에서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위한 정보와 감시기능으로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과거 판옵티콘의 기능보다

더욱 거대하고 세밀하게 세계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1975년 프랑스의 정신과의사이자 철학자인 미셀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을 통해 현대의 컴퓨터 통신과 전산정보 체계가 죄수들을 감시하던 판옵티콘의 형태로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적용된다는 발표로 주목을 받았지만 오늘날 인터넷 시대의 다면적 기능과 맞물려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해야 할 현상은 인터넷 통신이 정치적 정보의 강력한 기능과 함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차별적인 정보 획득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에서 인공지능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최고로 발달한 나라는 중국이며 중국에는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톈왕’ 이라는 영상감시 프로그램이 있다.

도시 곳곳에 그물처럼 연결된 감시 카메라가 2천만대 이상이 설치되어 있고 카메라 화면에 잡히는 사람들은 성별, 연령, 차량번호까지 개인정보가 자동으로 뜨는 시스템으로 중국의 경찰들은 동일한 시스템이 내장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범인을 잡는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 안면인식 프로그램은 공공기관, 은행, 회사, 슈퍼마켓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지만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것이다. 안면인식만으로 모든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으며 심지어 학교 교실에 장치된 카메라로 학생의 수업태도를 분석해 성적에 반영한다고 한다.

제한 없이 노출되고 축적된 개인정보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언제라도 악용될 수 있으며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하는 긍정적인 역할보다 첨단기술이 거대한 권력과 결합하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노출과 열람이 가능하고 무한한 권력의 감시기능으로 활용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서는 중국이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해 중국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반인권적인 일반인 감시기능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내지만 세계 최고의 중국의 안면인식 프로그램은 인기가 높아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민주국가에서는 민간인 사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범죄수사를 위한 특별한 경우에만 법원의 영장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동일한 사건이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선거를 위한 불법도청이 원인이었다.

오늘날 정보는 경제를 좌우하는 강력한 자원이고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와 엄청난 양의 정보 처리 능력이 기업의 서열을 결정짓는다. 무엇이든 편리하거나 인기가 있다면 매스미디어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업종과 분야에 관계없이

경제적 이익을 위한 기업의 영역으로 흡수되어 부당한 이익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이윤과 관계없는 선량한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사회적 구조에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기업 활동이 증가하면 마땅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경제적 이익은 기업으로만 집중되고 편취되어 공익적인 이윤은 없는 결과가 인터넷 시대 정보사회의 현주소다.

투명한 사회에서 편리한 정보시스템이 정치적 수단이나 경제적 이익창출을 위한 거대한 메커니즘으로 형성되어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은 사용자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낱낱이 드러나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며 반인권적인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는 것이다.

공정을 기본으로 행사되어야 할 사법부의 재판 과정에서도 고가의 능력 있는 변호사가 정보만 조작한다면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재판은 이미 미국에서는 관례화 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은 소송한번 청구할 돈이 없어 날조된 정보와 조작된 여론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정보의 기능이 규율의 이성과 합리적 특성을 왜곡하여 처벌과 응징을 위한 권력 수단으로 악용 되서는 안 되며 사회질서.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물론 교육과 인간성을 저해시키는 현상을 초래해서도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가 권력의 수단이고 부를 축적하기 위한 기능적 역할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인터넷 정보 시스템이 감시와 보복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인터넷 정보의 세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한 혜택을 주지만 정보유출의 위험도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판 판옵티콘은 다름 아닌 인터넷 시스템이며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손해 보지 않고 살려면 감시와 견제도 우리의 역할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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