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회복
인간은 감정과 행동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로 시작해 학교, 직장으로 연결되는 모든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만남과 사연들이 삶을 형성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 일도 겪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고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크건 작건 갈등과 마찰은 피할 수 없고 사람,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을 겪다 보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의식하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도 있지만 의견의 대립에서 빚어지는 마찰은 쉽게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기 때문에 격해진 감정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티격태격하는 경우라면 감정이 과열되더라도 시간이 지나 흥분이 가라앉으면 잊혀지지만 의도하지 않았으나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이 상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경우는 상처가 되어 남는다.
어떤 경우라도 상처는 자국이 남는 법이며 치유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지만 가슴 깊숙이 응어리진 상처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회복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은 크고 대단하기보다는 사소한 것이 확대되어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릴 때 받았던 상처는 방치할 경우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그 상처로 인한 고통이 여러 양상으로 표출되어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흔히 트라우마(trauma)라고 하는 상처는 감정에 심한 피해를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처로 인한 고통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옛날 시골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닭을 잡는 광경을 어릴 때 보고 평생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릴 때 벌에 쏘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파리, 모기만 봐도 질겁하고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든 사람도 있다.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현장을 목격한 후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사람도 무척이나 많다.
트라우마(trauma)는 전쟁, 재난, 강간, 아동기 성폭행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건에 의한 충격으로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고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는 큰 상처를 대표적으로 말하고 개인의 삶에서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거나 자존감을 잃게 되는 예기치 못한 경험과 사건 등이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상처가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학대나 방치를 지속적으로 당하거나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 왕따 등의 반복적 경험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데 트라우마는 심리적인 고통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장애로 나타나고 심하면 정신적 질환과 함께 신체적인 이상까지 나타나는 심각한 증상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피부에 작은 상처가 나면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른 후 며칠이 지나야 낫듯이 감정에 받은 상처도 치료가 필요하고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사고나 사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대 사회에서는 인격에 손상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은 상처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고 이해관계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불미스러운 일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감정을 절제 못하고 언성이 높아지면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 내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상황으로 악화되면 의도하지 않은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경우가 이외로 많다.
특히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이 폭발하면 상대의 단점을 드러내고 문제와는 상관없는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불쾌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감정에 격한 손상을 받는 경우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된다.
심각한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약이겠지 하고 의식적으로 잊으려 노력해도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잊혔다가 상처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는 상황은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한참 오래전 일이어도 생각이 날 때마다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서 분통이 터질 때도 있고 그 기억이 떠오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흔히 상처의 치유라는 주제로 발간된 책도 많고 상처에 대한 강의도 많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첫째가 상처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며 과거 때문에 현실에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정적 집착이므로 그냥 내버려 두고 꺼내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고 표현만 다를 뿐 일맥상통한 내용이 많다.
두 번째 해결 방안은 회피하지 말고 상처의 원인과 상황을 스스로 점검한 후 상처를 적극적으로 직접 대처하는 방법을 권한다.
명상을 통해 힐링 타임을 갖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거나 취미에 몰입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얘기하고 위안과 공감을 받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론상으로는 정확한 방법이고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일률적이지 않거니와 상처는 개인에게 일어난 주관적인 경험이므로 전문가의 처방이 아니라면 책이나 강의의 내용으로 직접적인 치유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상처는 서로의 신용이 쌓일 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상처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다른 일과 연관될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나는 불씨로 남기 마련이다.
인간은 남의 일에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대하고 용서가 가능한 법이지만 자신의 일에는 주관적이며 이기적인 존재이다.
상처의 나쁜 기억이 자신을 괴롭히게 되면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증오가 함께 동반하지만 증오할수록 그 상처는 더욱 커지고 반대로 상처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도 상처는 깊어지게 된다.
의식적으로 잊으려 노력을 하고 시간이 지난 후 상처의 농도가 경감되더라도 상처가 가끔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의식 속에 상처가 들어 있는 것이고 무의식의 작용은 의식적으로 감지가 안 되고 예측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잊었다 생각하지만 불현듯 떠오르거나 매개체를 통해 연상이 되는 것이다.
무의식에 있는 상처를 의식으로 끌어올려 쏟아내는 작업을 통해 상처를 드러내고 상처와 대면하는 노출치료와 체계적 둔감법은 실제 심리치료에 사용되는 방법이고 치료 효과가 높다.
상처의 고통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통해 위안과 공감을 얻는 것도 타인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심리가 형성되는 것으로 상처의 아픔이 감소될 수 있고 운동은 호르몬의 변화와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몰입할 수 있는 대상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일이든 취미이든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이므로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지만 상처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마찰이 양쪽이 주고받는 반사작용이 있는 언쟁과 마찰이라면 서로가 공격을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과격하더라도 한쪽만 상처가 남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게 받는 대부분의 상처는 일방적인 인격적 모욕으로 저항조차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당황해서 별다른 대처를 못하게 되고 사람이 급박한 상태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있다면 직접 대화를 통해 감정 정리를 하는 방법도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된다.
원만한 대화가 불가능하더라도 상처를 준 대상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나면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보복은 결코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만 확대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상처의 유형이 불법적 피해라면 당연히 사법기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몇십 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원한의 목소리이다.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증거나 증인, 법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없어 소송은 불가능해도 스타나 유명인을 여론을 통해 매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므로 보복은 가능하다. 그러나 보복이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도 생기기 마련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찰도 피할 수 없다. 흔히 설교나 강론에서 고통을 참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숙할 수 있고 상처의 고통은 승화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어불성설이고 괴변일 뿐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병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상처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건, 사고의 후유증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상처는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해도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처는 상처이고 고통일 뿐 합리화로 포장할 수 있는 의미도 가치도 없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상처를 치유하는 오묘한 능력이 있다.
작은 상처는 빨리 낫지만 큰 수술을 받고 나면 장기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듯 감정의 상처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상처와 고통, 지난 나쁜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은 기억이 나더라도 감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가 극복의 단계이고 회복이며 진정한 상처의 치유는 아픈 기억이 잊히는 망각 일 뿐이므로 상처의 자국까지 지울 수 없다.
감당할 수 있는 상처란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일상생활에 장애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은 거기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