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울 것 없는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만 의협심이 강하고 또래 아이들 중에 대장 노릇을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뒷골목에서 싸움을 목격하는데 위기에 빠진 한 남자를 구해주게 된다. 그 소년 때문에 목숨을 건진 사람은 폭력조직의 보스였고 나중에 수소문 끝에 소년을 찾은 조직의 보스는 소년에게 감사를 전하고 후한 사례를 한 뒤 그 소년을 자신의 오른팔로 키운다.
성장과정이 힘들고 어려웠던 소년은 하루하루 조직에 적응했고 몇 년 뒤 조직의 유능한 조직원으로 변모하고 자신을 거둬준 보스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의 후계자로 보스의 총애를 받으며 성장한 소년은 동료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고 2인자의 자리를 놓고 조직 내 암투에 휘말려 목숨을 위협받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고 2인자 자리를 승계받는다.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세월이 흘러 조직의 보스가 된다. 유흥가와 카지노 사업을 확장하고 건설업과 사채시장으로 세력을 넓힌다. 신흥조직들을 하나하나 무너트리고 자신의 조직으로 복속시킨 후 조직을 키우면서 사채업을 제2금융권으로 만드는 한편 유통업까지 사업을 늘리며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모한다.
사업가로 성장한 그는 합법적 사업의 이미지를 위해 고아원과 양로원에 적극적인 후원을 하고 장학재단을 설립한다.
어느 날 자선행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고 며칠 후 우연히 술자리를 함께 한 계기가 인연이 되어 국회의원과 친분을 쌓게 된다.
국회의원이 소속한 정당에 발을 들인 그는 정당의 청년 부장을 맡으면서 정당에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당의 당원이자 후원자로 입지를 다진 그는 개발 사업에 참여해 쉽게 인허가를 받고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짓고 분양한 뒤 막대한 돈을 벌게 된다.
국회의원과 호형호재하며 깊은 관계를 맺은 그는 어느 날 국회의원으로 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데 개발이 불가능한 거대한 토지의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자신이 직접 추진하게 된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새로운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하지만 지분의 소유주는 조직의 보스와 국회의원의 먼 친척과 지인이었다. 거대한 토지를 헐값에 매입하고 사업계획서를 통해 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는 과정도 일사천리였으며 거대한 투자는 진행되었다. 몇 년 후 하나의 걸림돌도 없는 개발 사업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고 몇 백배의 수익은 고스란히 조직의 보스와 국회의원에게 돌아갔다. 개발 사업에 참여한 법인회사의 대표들은 사실 조직 보스의 하수인들이었고 그들은 엑스트라 단역으로서 소정의 출연료만 받은 것뿐이었다.
거대한 개발사업의 두 주역은 막대한 수익을 나눠 갖은 채 각자의 영역에서 승승장구한다. 조직의 보스는 유흥업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매각하고 사채업을 합법적인 금융회사로 만들었고 조직의 보스 자리를 후배에게 넘긴 후 기업가로 변신한다. 엄청난 부를 챙긴 국회의원은 친척과 지인의 명의로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여 개발사업의 수익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최고의원으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철저히 은폐된 비리 사업은 꼭꼭 숨겨진 채 기업의 총수로 중견 정치인으로 성공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는 듯했지만 어떤 일이든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는 법이다. 동료의원의 비리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며 최고의원에게도 불똥이 튀는데 법인 대표로 내세웠던 보스의 하수인들이 비리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여당의 최고의원은 막강한 법무 군단으로 위기를 넘기는데 투자사업의 비리의 핵심은 모두 조직의 보스에게 돌아간다.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하며 조직 보스가 추진한 개발사업의 비리는 국회의원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사건에서 빠져나갔지만 모든 책임은 조직 보스에게 넘어가고 법인 대표들의 증언으로 보스는 구속되고 실형을 받는다.
배우와 감독만 다를 뿐 충무로 조폭영화의 한결같은 스토리이고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와 홍콩의 액션 영화도 동일한 소재로 제작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
대중예술은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몇 년 간 검사가 악역으로 등장한 영화는 부당거래, 검사 외전, 범죄와의 전쟁과 내부자, 더 킹이 흥행에 성공했고 그밖에 비슷한 소재로 여러 편의 드라마에서 검사가 악역을 맡은 시나리오로 제작되고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다.
과거 자유당 시절 이기붕 부통령의 타락한 정권의 뒤에는 온갖 궂은 일을 하고 소모품으로 버려졌던 동대문파의 이정재가 실존 인물이고 그 당시 혼란한 정치 상황을 틈타 조폭 두목 김두환도 국회의원을 했다.
1980년 제5공화국 초기 깡패 소탕령을 내리고 삼청교육대로 폭력범과 사회 풍기문란사범을 잡아들여 순화교육을 강행하고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엄청난 조직 폭력배들을 검거했지만 사실 제5공화국 때 지방의 민정당 청년부장은 대부분 건달 보스들이 맡아서 정당의 궂은일들을 처리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는 실감이 가지 않는 영화의 소재일 뿐이지만 장편 드라마로 방영된 근대 시절의 조폭 드라마를 부모님 세대에서는 공감하며 시청한 이유로 시청률 또한 높은 인기 드라마였고 지금도 케이블 TV에서는 계속 방영이 된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사실은 외국도 마찬가지이고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의 영화는 실존 인물과 실화를 소재로 다루었다.
미국 마피아의 전설로 대변되는 알 카포네는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행과 함께 시카고에서 성장한 마피아의 두목이다. 캐나다를 통해 밀수한 술의 유통을 독점하며 거대한 부를 쌓았고 자신의 사업에 장애로 등장하는 모든 세력은 폭탄 테러로 몰살시켰다.
엄청난 그의 부는 1920년도에 총수입이 1억 달러로 기네스북에 기록됐고 정치, 법조계, 경찰까지 영향력을 확장하여 세력을 키웠다. 수많은 범죄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는 체포되지 않았으며 경제 공황이 끝날 무렵에는 밀주 사업을 정리하고 우유 유통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우유는 유통과정과 보관, 품질이 낙후돼서 신선한 우유 공급에 문제가 많았던 시기였다. 알 카포네는 유리병 공장과 냉동 운송차를 대량으로 매입한 후 기존에 확보된 밀주 유통망을 통해 신선한 우유만을 유통시키고 최상의 우유 품질관리를 위해 자신의 무력을 총동원했다. 모든 사람이 먹는 우유 사업을 장악하고 또다시 부를 쌓는다. 우유의 독점 판매를 위해 정계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미국 의회에서 우유의 유통기한 법제화를 통과시킨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의 신선한 우유 유통산업의 현대적 발전을 이뤄낸 장본인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이다.
미국에서 도박이 허용된 도시는 현재에도 네바다 주와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티뿐이다. 네바다 주는 매춘도 허용이 되는 유일한 지역으로 1940년대 마피아 보스 벅시 시겔(벤자민 시겔)이 세금과 허가를 법적으로 피하며 사막에 건설한 도시이다. 라스베이거스를 건설한 후 공금을 빼돌린 이유로 동료의 총에 맞아 죽지만 벅시 시겔이 죽은 뒤 라스베이거스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화려한 도시로 성장하기까지 1960년대 하워드 휴즈라는 억만장자의 투자가 있었으나최초 벅시 시겔이 건립한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으로 해마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환락의 도시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화려한 시설을 갖춘 호화 호텔이 밀집해 있고 밤마다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 도시이지만 호텔 객실 가격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하고 랍스터와 스테이크 외에 최고의 요리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훌륭한 호텔과 최고급 요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맘껏 즐기며 도박을 유도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마케팅은 벌써 역사가 깊고 호텔 로비와 대부분 호텔의 1층과 2층은 모두 카지노이다. 치안 상황도 매우 좋아 밤늦게 거리를 다녀도 위험하지 않은데 라스베이거스 경찰 때문이 아니라 마피아 기업들의 세력으로 확보한 안전한 치안 때문이다.
현재에도 뉴욕 시의 전체 쓰레기 처리사업의 소유주는 마피아이며 뉴욕 전역의 장례식 사업 또한 마피아가 장악한 사업이다. 불황이 없는 가장 확실한 수익을 내는 거대 사업이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합법적인 마피아 소유라는 사실은 꽤나 아이러니한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1960년대 미국 노동운동의 전설로 평가되는 지미 호파는 노동조합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노동운동의 거목이었으나 조직범죄에 연루되어 징역형을 살아야 했고 정계와 재계의 골칫거리였던 그는 1975년 실종되고 1982년 법원으로부터 사망 선언을 받았다. 그의 사망에 대해 죽지 않고 해외에 생존해 있다는 소문과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했지만 여러 차례의 수색작업에도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마피아를 시켜 살해한 것으로 믿고 있다.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그의 자산이 3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90년대 초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로 7년이나 등극되었다. 그는 고향에 학교, 병원, 주택을 지어 지역 주민의 존경을 받았고 사실상 도피 시절에 주민들의 도움으로 운둔 생활을 이어나갔다. 콜롬비아 정부에 자신의 죄를 사면해 주면 콜롬비아의 부채를 모두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결국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는 최후를 맞았지만 고향 사람들에게는 로빈 후드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고 TV시리즈로 한국에도 방영되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선과 악의 존재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숙명인지 모른다. 창세기 최초의 살인은 카인이 아우 아벨을 죽인 악행이었고 기나긴 세월 속에서 선과 악이 만든 인간사는 새로운 역사의 획을 그었다. 인간의 마음속에도 선과 악의 양면은 언제나 존재하듯 예나 지금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탐욕이 있는 곳에 악은 존재하고 쾌락이 있은 곳에 죄악이 있으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아무리 과거가 좋지 않은 인물이라 해도 합법적인 경영으로 수익을 내고 세금을 납부하면 경영주가 전과가 있는 범죄자였어도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제재할 도리는 없는 법이고 선과 악을 떠나 거대한 힘을 형성한 세력은 언제나 법의 구속력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주의의 특징은 모든 평가가 결과로 귀결되고 경제적 가치만이 최고로 인정되기 때문에 일의 진행과정과 경영진의 과거는 결과에 의해 묻혀 지기 마련이다.
역사를 보면 동서양의 모든 권력은 자신들을 위하여 법을 서슴지 않고 악용했으며 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소모품으로 희생된 인물들은 많았다. 자신의 심복도 개국공신과 심지여는 혈육마저 권력의 재물로 희생된 역사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요즘 뉴스에서 조직 폭력배 부두목의 증언이 뉴스를 도배하고 검증되지 않은 증거로 인한 정치 진영의 공방이 뜨겁다. 사실 여부야 정확한 증거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돌고 도는 것이란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듯이 오늘날 한국에서 반복되는 정치의 행태는 보수나 진보나 20세기와 동일한 모습이다. 선진국의 예로 본다면 대형 정치 스캔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경우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사건의 중심이 된 정치인은 국민 앞에 사죄를 하고 물러나는 게 관행이자 순리이다.
개발도상국과 정치가 선진화되지 않은 나라일수록 법정 다툼으로 진흙탕 싸움만 벌이다 다음 정권에 가서야 사실이든 조작이든 매듭을 짓고 교도소로 가는 정치인이 방송을 타면 사건이 마감되는 후진적인 관행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 순위 세계 11위의 국가로써 너무나 낙후된 정치형태는 언제쯤 변할지 국민들은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정치 비리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하고 관심이 집중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상식 없는 정치권의 답변은 변함이 없고 꼬리 자르는 각본 짜는 게 뻔히 보이는 지경이 되었다. 이제는 여론도 민심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조직폭력 집단의 단합된 조직력이 사회 지도층에 필요하지 않을까 한탄하게 된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고 정신건강을 위해 뉴스를 안 보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을 사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