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에서 큰 축 중 하나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숙박비다. 물론 여행에서 숙박시설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게 나홀로 여행에서의 숙소란 그저 저녁 늦게나 들어가 샤워 한번 하고 잠드는 공간일 뿐이다(+휴대폰 충전).
물건이나 음식처럼 소유나 섭취의 기쁨 없이, 그저 나약한 인간으로서 에너지 방전과 거부할 수 없는 바이오리듬에 따른 수면을 위해 큰돈을 태우는 게 여간 아깝지 않은 게 아니다. 하지만 알베르게는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오늘은 어떤 곳에서 묵게 될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숙소였다. 순례자만 이용할 수 있는 숙소인 알베르게는 크게 협회나 시, 그리고 사립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나누어진다.
(내가 다녀왔던 2013년 기준)협회나 시립 운영 알 베르게는 평균 5유로 정도의 저렴한 금액으로 운영되며, 3유로 혹은 심지어 자율 기부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원한다면 공짜로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 (하지만 대부분 평균 금액인 5유로를 지불하며 순례자스러운(?) 양심을 보인다)! 이에 비해 사설 알베르게는 평균 10유로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데, 협회나 시립 알베르게가 포화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곳이었다.
800km에 이르는 긴 길인만큼 수많은 알베르게가 존재하며, 규모나 형태 역시 다양하다. 거대한 공간에 2층 침대가 줄줄이 놓여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곳도 있으며, 작은 오두막 같은 느낌의 소규모 알베르게도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각양각색인데 가정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는 곳이 있는 반면 미술관 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디자인의 숙소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알베르게 덕에 매일매일을 색다르게 보낼 수 있었다.
매일 새로운 길을 걷는 것처럼, 매일 새로운 숙소를 맞이해야 하는 순례자에게 알베르게는 단순히 잠을 자는 숙소가 아닌 사람을 만나고, 마을을 구경하며 추억을 쌓는 공간이다. 때론 ‘꽝’이 걸리는 날도 있지만 알베르게는 지금껏 내가 경험 했던 여행에서의 숙소와는 다른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