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한 머리에 아랫니 두 개를 가지고 태어난 나는, 처음 보는 간호사 눈에도 아빠 판박이였던 거다.
고민되는 게 있으면 언제든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해답을 주진 않았지만 그 고민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했다. 물론, 때론 해답을 주기도 했다.
35점을 받고 그 누구도 나를 혼내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꽤 위축돼 있었다. 하지만 단번에 좋은 점수를 받고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해낼 줄 알았다는 아빠의 말이 듣기 좋았다.
내가 지낼 공간은 남들과 좀 달랐지만, 다른 공간에서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건 아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