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하나둘 얘기할 때, 나는 자신 있게 비혼주의자라고 말했다. 내가 애정하는 나의 직업과 내 삶의 모든 것을 무엇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으로.
대단한 성공을 이루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일에 대해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에 '배가 고픈' 30대 초반이니까. 나에겐 비혼이 제격이라 스스로 되뇌며 살아왔다.
그러다 2021년 12월, 2022년 1월쯤부터 남자친구와 결혼에 대해 정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남자친구 아버지의 퇴직이 임박했다는 점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것에 떠밀려 갑작스레 결혼이란 주제를 꺼내게 된 거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왜 비혼주의가 되었는지, 그래서 결혼을 하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고 했고 나는 천천히 하나씩 꺼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실망, 그리고 가정이란 무엇인가, 나의 일과 나의 삶, 남자와 여자가 각자 짊어질 짐들, 결혼 후 겪게 될 어렴풋한 고비들까지.
생각해 보면 참 쉬운 일이었다. 그냥 입 밖으로 꺼내면 되는 일이었던 것을, 나는 10년 넘게 '안 된다'라고 여겨왔던 거다. 비혼주의자가 된 여러 이유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어서 그랬을까. 오랜 믿음, 신념같은 걸 배신하는 것 같아서였을까.
10여 년을 비혼주의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매주 그 '이유'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