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선배와 같은 부서, 같은 팀이 되었고 함께 일했다. 일을 할 때 늘 꼼꼼하면서도 함께 하는 동료, 특히 후배를 돌아볼 줄 아는 선배였다. 정이 많다기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재차 확인하는 성격의 선배였다.
그렇다. 선배는 워킹맘이었다. 함께 일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다를 게 뭐 있겠냐마는, 선배는 업무시간 내내 일에 올인했다. 적어도, 곁에서 느끼기엔 그랬다.
새 부서에서도 일을 빠르게 익혀 성과도 내고 있던 때였다. 대체 왜?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성격상 곧바로 선배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얼마 지났을 때쯤, 선배에게 안부 인사차 연락을 하며 운을 뗐다.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남편의 발령 기간이 짧지 않고 그래서 서울의 지을 처리 해야 한다고 했다. 친정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가 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함께 해외로 나가는 편이 더 나았을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마 선배의 머릿속엔 바쁘게 일을 하던 어느, 평범한 하루가 그려졌을지도. 아니면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을 협회에 출품하던 시기가 떠올랐을지도. 어쩌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육아휴직 중이던 어느 날이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고도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배를 보고 알았다.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서도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의 해외 발령'이 발단이 된 건 맞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선배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아이가 없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회사를 떠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