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매달 25일을 기점으로 하루 이틀, 내 머릿속을 자리 잡다가 사라진다. 그런 ‘체크카드’ 이야기가 회사 상사의 입에서 나왔다.
회사에서 가끔 뒷짐을 지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훈수를 두거나 큰소리치던 상사는, 아내에게 매달 30만 원 용돈을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달엔 결혼식을 갈 일이 있어 축의금이 필요했고, 그래서 축의금 10만 원을 더해 총 40만 원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가정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돈 관리’는 한 사람이 도맡는다. 그게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담하거나, 둘이 공동으로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용돈은 그런 거다. 있는 만큼 쓸 수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곳에서 돈을 아예 안 쓰거나 혹은 더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용돈이다. 회사에선 ‘떵떵 거리는’ 그가 집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는’ 존재라는 게 쌤통이면서도 씁쓸했다.
그래도 씁쓸했다. 참 꼴 보기 싫은 상사지만, 그는 왜 집에서 용돈을 받으며 5만 원, 10만 원이 부족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한 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30만 원이라는 건. 어쩌다 돈을 다 쓰면 며칠 아내에게 졸라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씁쓸했다.
그러다 문득, 그가 회사에서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되새겨본다. 어쩌면 집에서 절대 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겠구나, 그래서 회사에 와서 저러는구나 싶었다.
나도 그와 같은 직장인이고, 나의 남자친구도 그와 같은 직장인이다. 우린 매달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한 달을 산다. 거기서 동질감을 느낀 거다.
그래서 안다. 돈을 벌고도 돈을 번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분이 돈을 버는 나를 얼마나 잡아먹는지도.
어쩌면 그도 먼 미래에 존엄성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우린 각자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지켜줘야 할 건 지켜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