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독서를 통해 배운 배려
나는 군 입대 후 여러 책을 읽기 전까지 배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배워온 방식으로 배려를 실천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사람은 이타적으로 배려를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있었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얘기도 있었다.
배려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확실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배려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배려는 자발적으로 타인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이다. 서로 간의 갈등을 줄여주고, 내 삶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사회에 배려가 많아졌을 때, 사회는 보다 평화로워진다.
군대에서 읽었던 책을 통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왜 배려가 중요한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배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배려와 배려가 아닌 것, 배려의 정도를 이전보다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군대에서 생활하다 보면 내가 실수나 잘못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나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다시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때 타인이 조언을 명목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가지고, 비난과 폭언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것은 조언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에 실제로 조언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조언을 방패로 개인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전에 관련된 경우라면 물론 강하게 주의를 주어야 한다. 근데 그것이 비난과 폭언을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스스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배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사색을 통해 나부터라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군 생활 속에서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 잘해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많은 후임이나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을 항상 격려하기도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고민을 함께 나눴다. 군대에서는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으니,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거리를 뒀다. 감정이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으니, 신경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다.
선입견은 배려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건으로 인해 어떤 사람에게 특정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 것도 내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몇 번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이 잘못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기도 한다. 특히 군대는 모두가 붙어 있기 때문에 소문이나 사건에 대한 소식이 빠르게 돌아다닌다.
사람은 매우 다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모도 마찬가지다. 내가 외모를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간의 경험을 가지고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항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이상했지만 사실 멀쩡한 사람이라면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항상 누군가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고 일정 시간 이상 관찰한 다음에 결론을 내렸다.
시간을 흘러 배려는 몸에 배게 되었고, 제대 이후에도 이어졌다. 회사를 다닐 때도 타인을 꾸준히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고 사람들과 항상 잘 어울렸다. 누가 점수를 매긴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 속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약간의 배려를 통해 모면할 수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것들이 누적되면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는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앞서 얘기했던 인간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려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해야 하거나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배려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은 배려가 무엇인지와 그 필요성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배려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독서 이후의 충분한 생각과 고민이 배려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배려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부터 습득한 이후에 많은 시간을 거쳐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보다 배려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내가 배려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은 배려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인생 전반에 걸쳐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이 배려를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독서를 통해 배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행동으로 이어가며 삶 전반에 걸쳐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