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을 하자면 그날은 우리 딸이 초등학교를 첫 등교하던 날이었다.
3월 4일.
생일과 입학식이 겹쳤다.
입학식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날 밤 대성통곡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너무 정신없어서 그랬다고, 원래는 엄청 멋지게 해주고 싶었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잊기 딱 좋은 날이 아니던가?!
오은영 선생님이 왔어도 잊지 않고 배기겠는가??!
... 인정하겠다.
사실 이건 비밀이었는데
정말 정말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매년 우리 딸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조금 일처럼 느껴지고 귀찮았었다.
생일이 뭐 별건가 하는 마음이 컸다고 고백한다.
라때는 말이지~
아침에 미역국이나 끓여주면 생일인가 보다 했다.
선물 같은 건 뭐 기대도 안 하고 가끔은 온 가족이 잊고 그냥 지나가기도 하는 게 내 생일이었다.
엄마는 생일이 뭐라고 유난을 떠냐고 했다.
왜 안 챙겨주냐고 투정을 부리면 빵은 좀 얻어먹을 수 있었다.
무슨 빵이냐고?
생일빵!
(뭘 기대했니)
내가 받아본 적이 없으니 흔쾌히 내어주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에 추억이 많은 엄마는 크리스마스에 아이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 줄 것이고 부처가 태어난 석가탄신일에 행복했던 엄마는 비슷한 행복을 물려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생일에 별것 없이 지낸 엄마는 생일이란 별것 아닌 날이 되어버린다.
물려받은 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에게 그런 생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예수님, 부처님보다 더 소중한 것이 내 자식이 아니던가. 나는 내 아이의 탄생을 매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해
내 생일부터 아주 제대로 유난을 떨어보기로 했다.
내 손으로.
내 돈으로.
민망해도 어쩔 수 없었다!
남의 생일 인스타에서 봤던 블링블링 파티 장식과 풍선, 선물, 케이크, 음악, 알록달록 돌아가는 화려한 조명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화려한 생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음악을 틀었다.
"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랑하는 그대의 생일날~"
화려한 조명에 감싸여 나와 딸은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생일을 온몸으로 온 맘으로 축하하는 순간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내 마음은 분명 [라라랜드] 였는데
왜 갑자기 영화 [마더]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기쁨과 애환의 막춤을 춘 그 날 이후로 딸의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덜 불편해졌다. 솔직히 내 생일에 이렇게 요란을 떨어놨는데 이제 무슨 핑계로 딸 생일을 어물쩡 넘어가겠는가.
당신의 생일은 얼마나 남았는가?
혹시 곧 다가오는가?
우와.. 소름!
Happy Birthday To YOU!!
이 세상에 온 것을 축하한다.
온갖 요란을 다 떨며 당신의 생일을 축복한다!
당신의 막춤에 치얼쓰~!
이지은의 인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