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바라보며

by 남산

출생 후 잠시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보호자도 아기의 입원 수속을 위해 따라갔다. 하지만 출산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태반을 꺼내고 출산 과정에서 짓이겨지고 찢어진 산도를 봉합하는 과정이 남았다. 보미 선생님과 내가 처치하는 동안 산모는 아무 말도 없었다. 마지막 힘까지 아기를 안고 우는 데 다 썼을 테니 기운이 없을 것이다. 조금 전까지 온갖 비명과 환희로 소란했던 직후 갑자기 찾아온 적막이 어색하고 무겁다.


나도 흥분이 가시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비릿한 양수와 피 냄새가 물씬 풍겼다. 바닥에 흥건히 고인 양수와 피를 일단 대충 포로 덮어놓았다. 사실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산모가 배에 힘을 주다 보면 본인도 어쩔 수 없이 소변과 대변을 본다. 다 밑으로 나오는 것들이니 어떻게 아기만 나오게 하는 요령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미리 분만 전 배뇨와 관장을 하는 것인데, 그래도 안 나오는 건 아니다. 침대 시트는 산모의 땀으로 흥건하다. 이마의 땀이 눈물과 함께 섞여 베개를 적셨다. 내 몰골도 말이 아니다. 소독 가운을 입었지만, 나도 땀을 많이 흘렸고 아기를 받을 때 쏟아져 나온 양수와 피로 온몸이 다 젖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인류는 동물과는 다른 '우아함'을 추구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오지 않았던가. 그 발달한 현대 의학으로도 이 정도라니... 분만만은 어쩔 수 없이 태초의 야생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듯하다.


동양의 설화를 보면 사람이 연꽃에서 태어나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 불교의 영향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출산 장면을 보니 종교와 상관없이 연꽃이 연상되었다. 진흙탕에서 피어나기에 더 아름답다는 연꽃. 사람들이 더럽다고 하는 체액의 도가니에서 아기는 연꽃처럼 태어났다.


'이것이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


처치가 끝나고 복도로 나오니 창밖으로 어스름하게 새벽빛이 밝아오고 있었다. 긴장되고 불안한 라일락 빛 하늘에 알 수 없는 나의 앞날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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