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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Oct 03. 2023

1주 3일. 나도 자궁난관조영술 해볼까?


퇴근길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 거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며 마침 생각난 듯 말했다.


"나도 자궁난관조영술 해볼까 봐."


"응? 왜?"


"어차피 난임 지원을 받으려면 검사해야 하잖아. 그리고 혹시 정말 뭔가 문제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음...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어떤 검사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지?"


자궁난관조영술은 자궁 안으로 조영제를 주입해 난관을 통해 빠져나오는 걸 보는 검사이다. 이렇게 이론적으로만 서술하면 무덤덤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생략되어 있다. 바로 통증이다. 조영제가 자궁에서 난관으로 역류하는 흐름이 통증을 유발한다.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가 워낙 넘쳐나서 환자들도 다 찾아보고 온다. 자궁난관조영술 검사도 마찬가지다. 블로그엔 자궁난관조영술 검사가 '생각보다 아팠다'라는 경험담이 많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환자의 주 걱정도 통증에 대한 것이다.


"선생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뭔가요?"


"자궁난관조영술... 많이 아프죠?"


"음... 보시다시피 제가 이 검사를 직접 체험해 보진 못하지만요. 그래서 전 항상 시술하고 환자분에게 여쭤보곤 했어요. 많이 아프셨냐고요. 그러면 저마다 다 다르게 말씀하시곤 해요. 아무래도 통증은 주관적인 개념이니까요. 별로 아프지 않았다는 무덤덤한 분도 있고 까무러칠 뻔했다는 예민한 분도 있지만, 그들이 느낀 '통증' 자체는 모두 사실인 거죠. 그래서 결국 얼마나 아픈지는 해봐야 아는 겁니다만, 종합해 보면 대략 '생리통' 정도의 뻐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네... 그렇군요."


"검사는 금방 끝나니까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끝나면 얼마나 아팠는지 제게 알려주세요."


확실히 블로그에서 말하는 자궁난관조영술의 통증은 다소 과장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환자들의 '통증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검사 후 소감을 물어보면 대부분 생각보단 많이 안 아팠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어지는 소감이 있다.


"한 번 정도는 해볼 만한데, 두 번은 못 하겠어요."


그래서 남편으로선 아내가 아픈 검사를 하는 게 영 탐탁지 않았다. 환자가 말해준 소감과 내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남편이 해주면 되잖아."


"내가 하면 아픈 검사가 안 아프냐... 부담스러워서 그건 가장 나중으로 미루고 싶어."


나라고 막무가내로 검사를 미루겠다는 건 아니다. 선천적 기형을 제외하고 난관이 막힐 수 있는 원인은 만성 골반 염증. 내가 아는 한 평소 아내의 증상에서 만성 골반 염증을 의심할 만한 게 있었나 생각해 보면 딱히 없었던 같다. 그래서 막연하게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추론만으로 괜찮을 수 있으면 검사가 왜 필요하겠냐만.


실제론 길(난관)이 막혀있었던 건데, 아내와 내가 그걸 모르고 열심히 헛물만 켜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자궁/난관 요인은 난임의 원인 중 22%나 차지하니까. 그러나 우리의 임신 시도는 아직 6개월 차.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는 거니 벌써 '난임'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자궁난관조영술도 이 이후에 확인해 봐도 되지 않겠는가.


다만, 아내가 자궁난관조영술을 각오(?)한 건 아마 불안해서였을 것이다. 시작도 늦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임신이 쉽게 되지 않으니까. 하긴 아내는 지나가는 말도 허투루 한 적이 없었다. 이대로 임신 시도를 계속해야 할지,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아이를 가지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고민 끝에 응축된 한 마디가 "나도 자궁난관조영술 해볼까?"였을지도 모른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난임'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 나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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