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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이아빠 Aug 04. 2023

Prologue. 물 흐르는 소리

[Prologue, 2015년 여름]

물 흐르는 소리에 잠이 깬다. 개수대 위에 떨어지는 그 소리, 사람의 손을 타고 흐르는 둔탁한 그 소리,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가 싶다. 한숨을 내쉬며 작은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한다. 개수대 앞에 손을 쓱싹거리며 열심히 비비고 있는 여자, 바로 나의 엄마다.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아가며 엄마를 밀쳐내 보지만 언제나처럼 다시 개수대로 돌아와 손을 닦으려 한다. 오늘 아니 한 시간 이내에 당신께서 손을 몇 번을 닦았는지를 설명하는 부질없는 짓을 해본다. 설명을 거듭할수록 내가 느낄 감정, 당신께 외칠 저급한 언어, 그리고 불투명한 나의 미래가 뒤섞이면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치매에 걸린 평범한 48세 엄마와 그녀를 돌보는 26세 아들, 이것이 내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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