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오랜만에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친구였는데, 서로 오해가 쌓이고, 서운한 감정이 쌓이면서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다시 사이를 회복하기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혀 속에서 구르는데 참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전화를 받아줬고, 혀 속에서 구르는 말을 드디어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라고 말하면서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담담하게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에 시간 되면 소주 한잔하자”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 개운한 마음보다는 착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항상 먼저 말하지 못했던 반성의 마음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여러 일이 겹쳐서 친구의 결혼식은 가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그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축의금을 보냈습니다. 결혼식 전 전화가 와서 “왜 이렇게 많이 보냈냐?”라고 말하더라고요. “고마워서”라는 말은 못 하고 “너도 그만큼 주면 된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결혼 축하한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대학 시절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 가장 아무렇지 않게 대해준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회복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긴말은 하지 못했고, 글로는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고마움을 강조하는 이런 단상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늘 말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말이 과연 진심을 담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좋아한다’, ‘사랑한다’, ‘밉다’, ‘서운하다’라는 등의 말도 쉽게 뱉어내지 못합니다. 쉽게 휘발되는 단어의 운명처럼, 내 마음까지 쉽게 휘발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항상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풀어서 얘기를 전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좋습니다. 문장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을 간직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문장이 되지 못하는 감정들도 있습니다. 정말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볼까 고민하고 있지만, 위대한 시인이 될 수 없는 저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상황으로서 간직하려고 합니다. 그날의 햇살, 그날의 발걸음, 그날 만났던 사람들, 그날 보았던 것들을 기록합니다. 휴대폰 속 메모장은 하루에 다섯 개씩 늘어갑니다. 나중에 가끔 그 메모들을 정리할 때, 제가 쓰는 글 사이사이에 끼워두려고 합니다. 좋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매일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으면 나중에 만났을 때 좋은 술자리 안줏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이야기를 해주는 ‘이야기 할아버지’는 되지 못하겠지만, 누군가와의 이야기를 소중히 기록하고 있는 사람은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났지만, 또 만나러 가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기록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이야기를 선물해줄 것 같아 설레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