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술은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 특히 수학에 기초해야 한다
16세기 독일 르네상스 미술가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1471-1528)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고전적 이상미를 단순히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일 미술의 전통 속에서 되살려낸 독일 최고의 미술가이다. 이 그림은 26세 때의 자화상으로 자신감에 가득 차, 약간 오만하기까지 보이는 표정이다. 그의 얼굴은 턱수염으로 덮여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젊은 사람에겐 특이한 일이었다. 뒤러는 9년 후 풍자적인 시를 썼는데, 그 시에서 자신을 턱수염의 화가라고 묘사했다.
" 왜 신은 나에게 이렇게 훌륭한 재능을 주셨나요? 그것은 저주이자 큰 축복입니다."
건방진 말 같지만, 알브레히트 뒤러의 삶과 예술을 되돌아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뒤러는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가로 화가, 판화가, 이론가로 활동했다. 뒤러가 활동하던 당시 사람들은 화가를 기능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것은 중세 이래의 북유럽의 오랜 관습이었다. 뒤러는 사람들의 그런 인식에 참을 수가 없었다. 뒤러는 북유럽의 예술가상을 정립하는데 노력하였고, 실제 그는 나중에 매우 존경받는 예술가가 되었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북유럽 미술의 후예답게 뒤러는 사물 하나하나까지도 인내력을 가지고 묘사해냈다. 그러나 아무리 사실적으로 그리려 해도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지닌 조화롭고 균형 잡힌 우아한 미적 매력을 낼 수가 없었다.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구축했던 이상적인 인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철저한 관찰에 의해 그렸음에도 뒤러의 인체는 과도하게 길고, 넓게 왜곡되었다.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인 올바른 균형과 조화의 발견을 원했지만 독일에는 그러한 전통이 없었다. 뒤러는 새로운 미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한편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한 비밀을 캐내기 위해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뒤러는 이탈리아와 북유럽 미술의 장점들을 취득함과 동시에 독일의 민족적 특징들을 힘차고 확실한 선으로 그려냈다.
뒤러의 <그리스도를 애도함 morning for the dead Christ>이다. 아르마 태아의 요셉이 죽은 그리스도를 뒤에서 부축하고,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는 죽은 그리스도의 손을 꼭 쥐어 잡고 울고 있다. 뒤러는 그리스도 죽음의 역사적 진실성을 강조하고자 성경의 기록대로 어둠에 뒤덮인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십자가의 처형과 슬픔을 다루었다.
<그리스도를 애도함>에서 죽은 그리스도는 결코 우아하지가 않다. 죽은 그리스도의 몸은 검게 변하여 산자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탈리아 미술가였다면 죽은 그리스도라도 최대한 우아하게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뒤러의 사실적인 눈은 그리스도라고 해도 미화시킬 수가 없었다. 그에게 죽은 그리스도는 구세주이기 이전에 서서히 부패해가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였다면 이런 장면을 그릴 때조차도 우아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들은 뒤러같이 부패해가는 모습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 속에 그리스도의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그러나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목표인 이상미를 추구하는 않았다.
뒤러는 세부 묘사에 빠져 있던 북유럽 사실주의 미술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결합시켜 과학적이고 세련된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을 만들어 냈다. 뒤러는 북유럽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과학적인 요소를 결합하였다.
뒤러에게 미술은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었다. 뒤러에게 미술은 과학이었고, 예술가는 가능인이 아니라 인문지식과 과학적 지식을 갖춘 지식이었다. 뒤러가 남겨놓은 원근법 연습도나 인체 비례도를 보면 그가 어떻게 미술에 접근하였는지 잘 알려준다.
"새로운 예술은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건축적인 과학 같이 수학에 기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