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불안의 시작

by 디디로그

"희주야, 이번엔 식탁 위에 있던 반찬 뚜껑이 없어졌어"

엄마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불안이 묻어났다.

희주는 부엌으로 가며 말했다.

"엄마, 설마 뚜껑이 사라지겠어? 어디 다른 데 둔 거 아닐까?


반찬 뚜껑은 찬장 안쪽에 있었다.

CCTV를 돌려보니 엄마가 아침에 설거지한 뒤 정리하면서

찬장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희주는 그 영상을 다시 보며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엄마, 여기. 찬장 안에 있었네" 희주는 뚜껑을 건네며 말했다.

"내가 그걸 거디 뒀다고?" 엄마는 멋쩍게 웃었지만

희주는 그 웃음이 어딘가 공허하다는 걸 알았다.


CCTV 화면 속 엄마의 행동은 그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희주에게는 그 장면 하나하나가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엄마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 확신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 그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듯했다.


그날 밤 희주는 엄마의 방을 지나며 문틈으로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침대 옆 탁자 위의 물건들을 하나씩 만 지막거리며 정리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놓아버린 걸까?'

희주는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CCTV로 엄마를 지켜보는 일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과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하지만 모른 척하기에는 엄마의 불안한 모습이 너무도 선명했다.


엄마는 사라지는 물건들을 찾고 있었지만,

정작 희주는 사라져 가는 엄마의 마음과 기억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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