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최초의 파일럿
그녀는 직업을 구해야 합니다. 예뻐져야 하고 살을 빼야 합니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습니다. 아주 먼 옛날 그녀보다 먼저 꿈을 꾸고, 그 꿈에 올라탄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박경원. 조선 최초의 여자 파일럿은 박경원이란 여자였답니다. 원래는 간호사였던 그녀는 1922년 12월의 어느 날, 용산 연병장에서 비행기 시범 비행을 보고 비행기에 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지요.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4년 후, 그녀는 일본 가마다(蒲田) 비행 학교에서 비행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합니다.
승승장구는 아니었습니다.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요? 지독히도 불행한 운명이었나요? 여자였기에 더했을 겁니다. 1933년 조선으로 향하던 비행기는 추락합니다. 33살에 나이에 그녀는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동양의 이카루스, 여자 이카루스 라고 해야 할까요?
알고 보니 박경원이 최초는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지만 그녀 보다 먼저 권기옥이란 분이 있었네요. 그녀는 중국 육군항공학교 1기생으로 조선 최초의 비행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활동은 비행활동만으로 남지 않고 조선 독립 운동에 더 초점지어져 있습니다. 그녀는 비행사면서 독립투사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소연이란 여자 연구원이 NASA의 고된 훈련과정을 통과해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되기도 했지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구 밖으로 날아갔답니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겠지요. 뭐, ‘최초’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날 수 있다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녀 역시 날고 싶습니다. 저 대지를 마음껏 날아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두 손을 아무리 휘저어도 1센티미터도 날지 못합니다.
갑자기 떠올라 여권을 꺼내봅니다. 10년도 더 전에 얼굴이 보입니다. 어리긴 한데 촌스런 얼굴. 하얗긴 한데 긴장한 얼굴.
'다시 찍어야겠다!'
'지금 가면 제주도 정말 좋은데~~ (언제나 좋지만)'
확인해 보니 여권이 만료된지 2년이 넘었습니다. 이래저래 당장은 어디로도 날아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