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더 밝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떠난 골목일수록 네온은 더 선명하게 빛났다. 나는 가게 불을 낮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골목 끝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턱 위 종은 울리지 않았는데,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건 낯선 여인이었다. 흰 셔츠는 젖어 있었고, 눈빛은 공허하게 비어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물었다. “혹시… 저를 본 적 있나요?” 나는 잠시 멈췄다. 그녀의 얼굴은 익숙했다. 분명 사진 속, 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과 지금의 공허한 눈빛은 너무 달랐다. 나는 커피를 내리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분 같습니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도시는 유령으로 가득 차 있어요. 길을 걷는 사람들,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떠나지 못한 기억에 묶여 있죠. 저 역시 그중 하나예요.” 그녀는 테이블 위에 낡은 열쇠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내 손목의 멈춘 시계를 바라봤다.“우리는 모두 같은 순간을 향하고 있어요. 자정 10분 전, 문턱을 넘은 자들이 사라진 곳.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나는 손끝이 떨렸다. 사진, 시계, 열쇠… 모든 단서가 그녀에게 모이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잔잔히 미소 지었다. “제가 떠난다고 해도, 이 향은 사라지지 않겠죠. 도시의 모든 유령이 그렇듯, 우리는 흔적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 문턱 위 종이 울렸다. 그녀의 발자국은 바람처럼 사라졌지만, 잔 위에 맴도는 커피 향은 오래 남았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가게 밖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카페는 단지 골목 끝의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체와 이어진 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