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카페 문이 스스로 열렸다 닫혔다. 종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들어온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커피를 내리던 손을 멈추고 창가 쪽을 바라봤다. 늘 같은 자리, 벽에 등을 기대고 앉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잔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잔은 내가 내린 것이 아니었다. 입을 댄 흔적은 없었다. 잔 속에는 물 한 방울 없이 비어 있었다. 그 자리는 몇 달 전부터 한 남자가 차지하곤 했다.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항상 카페 한쪽에 조용히 앉았다. 말은 거의 없었지만 마지막 모금은 늘 천천히 마셨다. 마치, 끝을 미루는 연습이라도 하듯. 그가 처음 왔던 날이 떠올랐다. “혹시… 이 자리 비었나요?” “네, 마음대로 앉으세요.” 그는 의자에 앉으며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오래 남았다. 그 후, 그는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자리였다. 커피를 다 마시면 빈 잔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한동안 창밖을 보았다. 마지막 날에도 그랬다. 다만, 그날은 자리에 작은 종이 한 장을 남겼다. “누군가를 기다릴 땐, 이 자리에 앉으세요. 그럼 언젠가 저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그 종이를 노트에 끼워 두었다. 그날 이후로 그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손님이 많아도, 그 자리는 묘하게 비어 있었다. 오늘, 그 빈 자리에 놓인 잔을 보며 나는 알았다. 누군가가 다시 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는 걸. 나는 조용히 물을 올렸다. 그리고 빈 잔에 따뜻한 커피를 부었다. 향이 자리 위로 퍼졌다.
빈 자리에도 향은 머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