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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어떻게 삶을 사랑하게 하나?

대바늘 이야기

by 붉나무
주거니 받거니
너와 내가 부딪쳐 만든 코들 덕분에
머리가 닳도록 일하면서도 따뜻하더라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알록달록 무늬가 새겨진다는 게 뿌듯하더라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엔 무엇을 만들지
새 실을 만나기도 전에
머리가 간질간질 하더라

그래서 말이지
내 몸에 한 코 한 코 실이 감겨올 때면
대숲에 불었던 바람도
나를 단단하게 하려고 불어준 것만 같더라
한겨울 세찬 눈보라조차
고맙게 생각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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