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너 때문에 더럽게 힘들다 - 2편
전당포를 나섰다.
뺨에 닿는 찬바람보다 마음이 더 서늘했다.
거기까지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한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다.
그러니까 ‘겉보기엔’ 그럴듯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겨우 노트북 하나 들고 전당포를 찾았고,
그 노트북마저 “디자이너들이나 좋아할 물건”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겨우 숨겨뒀던 자존심이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무너졌다.
돌아서는 길,
귓가에 스친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더 깊은 상처로 박혔다.
“미술은 작가가 죽어야 비싸지잖아. 안타깝긴 하지.”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난 죽어도 안 비싸질 것 같은데.”
분명 난,
서울 4년제 미대 출신이다.
대치동과 분당, 수지에서 입시 미술 강사로도 활동했고, 예술단체 대표, 예술교육가, 기획자로도 불린다.
그런데 지금 내 통장 잔고는 0원이 아니라 마이너스다.
국민연금은 밀려 있고, 실손보험은 실효 처리됐고,
전기 끊긴다는 문자를 받고 핸드폰이 정지된다는 알림을 받는다.
친한 친구, 가족들에게도 민폐를 끼친다.
머리는 아프고, 세금은 어렵고, 상황은 엉망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넌 너무 열심히 살아.”
“정말 많은 걸 하고 있더라.”
“그 열정이 참 멋져.”
그 말들이 싫지 않다.
하지만 그 말들이
내 현실을 가려주는 ‘가면’처럼 느껴질 때, 나는 숨이 막힌다.
아무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까지 돈을 못 벌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무도 모르기에
나는 웃으며 수업을 하고, 기획서를 쓰고, 회의를 하고,
혼자 숨어서 울다가, 다음 날 아침엔 아무 일 없는 듯이 이메일을 보낸다.
그게 나다.
그리고 그런 내가
이제는 진짜 힘들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예술을 놓아야 할지,
계속 붙잡아야 할지,
내가 왜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무기력한 한숨과 함께
내 안의 무언가가 깊은 곳에서 작게, 그러나 끈질기게 말한다.
“그래도, 아직은 놓을 수 없어.”
다음 편 예고 - 시리즈 3편
《상한 우유가 된 나에게》
운동을 버리고 예술을 택했던 그날,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던 그날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