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몇 권이 나온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끔 자신의 과거를 들려줄 때 하시는 말씀, 관용구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 역사에서도 지독한 분단, 한국 전쟁, 근대화의 과정을 지나온 세대다. 인생의 굴곡이 많을수록 소설의 권수는 늘어날 것이다. 진짜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아마도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이 될 것 같다. 역사의 웨이브를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했던 세대의 대하 장편 소설 같은 인생 이야기.
하지만 누구의 인생이든 한 권의 소설이 될 수는 있다. 철저한 자기 심리 묘사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같은 것일 수도, 성석제 소설처럼 익살극이 될 수도, 현실을 공상과학의 필터로 끼운다면 판타지 영역도 가능하다. 그리고 주인공의 사랑과 감정을 부각하여 [안나 카레니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각 소설로 쓰인 각 개인들의 이야기는 세대 구분을 통해 몇 개의 유형으로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소설에서 말하는 典型이다. ‘그 시대의 전형’이라고 할 때 그 전형인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은 80년대 초반에 태어나 2천 년 대 초반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전형을 담고 있다. 우리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전형은 조정래의 3부작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마주할 수 있다. 일본 소설 [남쪽으로 튀어]는 어느 은퇴한 무정부주의자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 역시, 학생운동이 끝난 후, 운동권 출신의 삶의 전형을 해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렇게 시대의 전형이 담긴 이야기는 그 세대에게 늘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꾸준히 쓰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충분히 소설이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대부분 시대의 전형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