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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라고 항상 최고는 아니다

이스켄다르 케밥

by YT Jun 17. 2021

터키의 많은 음식이 도네르 케밥 - 우리가 익히 아는, 갈아서 원뿔 모양으로 만든, 회전하는 커다란 고기 덩이를 옆에 설치된 불로 표면을 살짝 익혀 돌려가며 잘라먹는 케밥 - 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도네르의 고기를 얇고 둥근 빵에 싼 Wrap 형태의 음식은 ‘두름’이고, 도네르의 고기를 플레이트에 담아 구운 고추, 구운 토마토, 야채를 곁들여 먹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스켄다르 케밥 역시, 이 회전하는 도네르(터키 말로 회전이라는 뜻)를 기반으로 한다.

이스켄다르 케밥은 역사가 오래된 음식은 아니다. 이스탄불에서 아시아 쪽으로 2-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도시 부르사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그래서 이스켄다르 케밥을 일명 부르사 케밥이라고 한다. 부르사에 가면 그 원조 집이 아직 영업하기 때문에 원조 이스켄다르를 맛볼 수 있다. 이스켄다르는 최초 개발자인 할아버지의 성으로 그리스 이름 알렉산더의 터키식 발음이다. 그래서 굳이 영어로 한다면 ‘알렉산더 케밥’이 된다.

터키 음식 중, 한국인들의 입맛에 비교적 맞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이스켄다르 케밥이다. 이스켄다르 케밥은 뜨거운 플레이트에 약간 두툼한 격자무늬 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펼치고, 그 위에 토마토 기반의 붉은 소스를 넓게 펴서 바르고, 그 위에 도네르에서 잘라낸 고기를 고루 깔아주고, 구운 고추와 토마토를 곁들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쪽으로 터키식 진한 요구르트를 같이 듬뿍 올리는 것이다. 가열된 플레이트의 빵에는 양념이 골고루 베고, 고기의 향 역시 밑의 양념과 빵에 스민다. 하지만 이스켄다르 케밥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테이블로 서빙된 이후에 벌어진다. 뜨겁게 끓인 버터를 도네르 위로 한번 휙 둘러주는데, 비빔밥에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르는 것처럼, 고소한 버터 향이 고기와 소스와 빵에 퍼지며,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음식이 된다. 화룡점정의 순간이다. 마지막에 첨가하는 버터는 이스켄다르 케밥의 각 재료들을 고소함으로 화합시키는 듯하다.

사실 이스켄다르 케밥은 우리나라 비빔밥처럼, 어떤 식당을 가든 실패 없이 기본적인 맛을 보장하는 먹을만한 음식이다. 부르사에는 파란색으로 예쁘게 페인트 된 이스켄다르 케밥의 원조집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간판에 원조라고 쓰여 있지도 않고, 심지어 간판도 변변치 않다. 그 집이 원조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 그 집이 원조라고 보증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조집보다 더 맛있는 곳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름은 ‘울르다으 케밥’(상호명)으로 식당이 늘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부르사 사람들은 “원조는 저쪽이지만, 맛은 울르다으 케밥이지”라고 자신 있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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