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서 4층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철재 게이트에 카드를 대야 한다. 4층에 올라와서는 앞에 설치된 게이트에 또다시 카드를 대야 하고, 우리 사무실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다시 지문으로 사무실 문을 열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는 컴퓨터의 암호를 입력해야 되고, 사내 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PW를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또다시 보안문서라도 열어보려면 다시 PW를 입력해야 한다. 물론 외출을 하거나, 점심을 먹거나, 인터넷 회원 사이트를 방문하려면, 다시 상기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출근하면서부터 하루 종일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짐작으로도 하루에 약 최소 30번 이상은 게이트를 지나올 것이다. 우리의 세계는 여러 개의 다양한 성(중심)으로 산재해 있고, 우리는 그 성을 잠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또, 마치 동심원처럼, 다양한 중심이 겹겹이 존재한다. 건물 자체가 성이 되고, 건물 속에선 우리 사무실이 다시 성이 되고, 내 컴퓨터가 성이 되고, 사내 망이 또 성이 되고, 문서 보관함이 또 성이 되며, 공용 서버도 또 성이 된다. 우리는 성 속에서 또 다른 성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성 밖으로 나와서야 비로소 우리는 게이트를 벋어 날 수 있다. 위로는 하늘이 보이고 내가 발을 딛고 땅에 서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인이 된다. 성과 연결된 플러그를 빼 버렸을 때, 우리는 도태되지만, 자유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