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나날

조직검사 결과를 빨리 알고 싶다..

by 비둘기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로 한 열흘 정도의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어서 빨리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말을 듣는 날, 축배를 올릴 생각이었다.



주말엔 친구 결혼식을 갔다.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이 끝나고는 근처에 사는 G형을 만나러 갔다. G형은 언제나 하던 말을 나에게 건넸다.

“비둘기야 한 잔 해야지.”

“형, 오늘 저는 술 못 먹어요.”

“또, 무슨 헛소리야?”

“어제 병원에서 편도 조직검사 했어요.”

“뭐? 그러면 마시면 안 돼?”

“그렇지 않을까요?”

“조직 검사는 암이 의심돼서 하는 거냐?”

“저도 잘 몰라요.”

“결과는 언제 나오는데?”

“다다음주 수요일에 나온대요.”

G형은 논알콜 칵테일을 하나 시켜주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때 결과가 좋으면 연락해라. 오늘 못 마신 술 마셔야지. 만약 결과가 안 좋으면 연락하지 말고…”

“그래요. 괜찮겠죠, 뭐. 빨리 술이나 잔뜩 마시고 싶네요.”



며칠 뒤, 문자를 하나 받았다.

-추가 조직검사 수납 요청-

비둘기님 안녕하세요.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신 조직검사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되어 안내드립니다.



60만 원이 넘는 큰 추가 비용에 놀랐다. 생각해 보니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추가 비용이 나왔을까?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있기 때문에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아닐까? 빠르게 휴대폰을 꺼냈다. 네이버에 ‘추가 조직검사 문자’라고 검색했다. 나와 비슷한 문자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 모든 글에서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이 보였다.



“추가 조직 검사를 한다고 문자가 왔는데, 뭔가 안 좋은 게 있으니 추가 검사를 하는 걸까요?”

다행히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많았다. 조직 검사 후에는 흔히 오는 문자라고 했다. 많은 댓글에서 자신도 그런 문자를 받았는데 별일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문자를 받고 암 진단을 받은 이들도 없진 않았다. 애써 못 본체 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별일 없을 거야.’



다음 날, 추가조직검사 비용이 나왔다는 문자가 다시 한번 왔다. 문자가 어제와 완전히 같았다면 전송 오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액이 어제와 조금 달랐다. 불안했다. 문자가 온 번호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통화는 연결되었다.

“지난주에 제가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받았는데요. 추가 조직검사 문자가 두 번이나 와서요. 혹시 추가 조직검사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 추가 조직검사는 꼭 결과가 나빠서 하는 건 아니고요. 좀 더 자세히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과는 제가 알 수 없고요. 다음 주 수요일에 진료 오실 때 교수님께서 알려 주실 거예요.”

아내에겐 이런 문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대폰 불빛으로 내 목을 비춰 보았다. 염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인터넷에 ‘편도암’을 검색했다. 내 증상과 비교해 봤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많이 불안해 보였는지, 아내는 나를 안아주었다.

“별일 없을 거야.”

느닷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아내도 함께 울었다.

“너 이러다 아무 병도 아니면 창피해서 어쩔래!”

얼마든지 창피해도 좋으니,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길 바랐다. 아직도 검사 결과를 들으려면 6일이나 남았다.



하루하루가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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