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을 것이라 믿었다..
목감기에 걸렸다. 가끔씩 있는 일이다. 나는 내 몸을 잘 안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푹 쉬면 하루, 길어도 이틀이면 낫는다.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일주일이 지나도 목이 여전히 아팠다. 음식을 삼킬 때도 따끔거린다. 며칠 더 참으면 나을 것 같지만,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려면 빨리 나아야 한다. 집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목구멍을 들여다보셨다. 모니터에 내 목구멍 속에 보였다.
"편도염이네요. 목이 많이 헐었어요. 아프시지 않았어요?"
"아프긴 했는데, 금방 나을 줄 알고요."
"여기 보이는 하얀 게 염증인데, 굉장히 심해요."
화면 속 내 목구멍은 한눈에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혹시 달리기 하면 더 안 좋아질까요?"
"다 나을 때까진 푹 쉬는 게 좋아요. 달리기는 나을 때까진 하지 마세요. 항생제 처방해 드릴게요."
목이 일부분이 아플 뿐인데 달리기를 할 수 없다니. 서글펐다.
일주일 동안 항생제를 먹었다. 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염증이 조금 남아 있었다. 다시 한번 병원을 찾았다.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염증이 있네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전보다 신중해졌다.
"우선 그래도 나아지긴 했으니까, 항생제가 효과가 아주 없진 않은 것 같아요. 항생제를 일주일 더 드릴게요. 약 다 드시고 괜찮아졌어도 꼭 한번 확인하러 오세요."
다음날, 동료 선생님께서 요즘 건강은 괜찮냐고 물으셨다. 당연히 괜찮을 줄 알고 묻는 의례적인 인사였다. 편도염에 걸렸다고 대답했다. 교사로서 목이 아픈 건 흔히 있는 일이고, 목은 몸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어쩌면 모든 교사가 목이 이 정도는 늘 아플지도 모른다. 동료 선생님께서는 병원엔 가봤냐고 물으셨고, 두 번이나 갔다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아파도 하루 푹 쉬면 나았는데, 요즘엔 약을 일주일 동안 먹어도 안 낫네요?”
“아직 젊은데, 벌써 그러면 안 되지!”
맞다. 아직 나는 젊고, 벌써 그러면 안 된다.
세 번째 병원에 방문했을 땐 조금 지겨웠다. 이번에도 낫지 않으면 건너편의 다른 이비인후과에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또다시 내 목 상태를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거의 나았는데 염증이 조금 남았네요.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별일 없을 확률이 높은데, 괜히 찜찜한 것보단 나으니까요. 제가 진료 의뢰서 써드릴게요."
"큰 병원이요? 어느 정도 큰 병원으로 가면 되죠?"
"병리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하대병원이나 길병원으로 가보세요."
병원을 나오며 생각했다.
‘아픈 건 정말 귀찮은 일이구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 여기서 큰 병원을 가보래. 택시 타고 얼른 인하대 병원 갔다 오려고."
"예약은 했어?"
"예약을 해야 돼?"
"대학병원은 해야지. 너는 그런 것도 모르냐?"
32살을 먹도록 큰 병원은 가본 적이 없었다. 큰 병원은 예약을 해야 하는구나. 아내와 통화를 마치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지금 가도 되나요?"
"오늘은 안 되고 내일로 예약 잡아드릴게요."
병원을 내일 또 가야 하는구나. 정말 귀찮아 죽겠네.
다음 날, 학교를 조퇴하고, 인하대 병원을 갔다. 처음 가본 대학 병원은 모든 게 낯설었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잠시 후에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진료실 의자에 앉았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 목을 들여다보셨다.
"목이 평소에 많이 아프셨어요?"
"한 달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잘 안 낫네요."
"일단 이쪽 절개해서 조직검사 해보겠습니다."
조직검사. 그때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의자에 앉아서 입 속에 마취 주사를 맞았다. 입 속의 감각이 무뎌졌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칼로 내 목에서 조직을 잘라냈다. 베는 느낌이 들었지만, 통증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끝났습니다. 지혈되면 내려오세요."
수납을 하며 간호사 선생님께 물었다.
"결과는 언제 나오나요?"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오늘이 하필 금요일이라서요. 다다음 주 수요일 시간 괜찮으시면 그때로 진료 잡아드릴게요. 그때 교수님께서 결과 알려주실 거예요."
'일주일 반이나 기다려야 하네. 오래도 걸린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조직 검사받았어. 결과는 다다음주 수요일에 나온대."
“오래도 걸리네.”
“그러니까 말이야.”
"별일 없겠지?"
"당연하지. 뭐 있겠어."
나는 진심으로 별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