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검진

살았다!

by 비둘기

6차 항암을 마치고 2주 뒤, 최종 검진이 있었다. 3차 항암을 마치고 중간 검사를 했을 때, 이미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다. 이번 검사는 확인 사살인 셈이었다. 내가 정말로 운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별일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사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두근거렸다. ‘불안’은 한번 마음에 자리 잡으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코끼리가 생각나듯, ‘걱정하지 말자’라고 다짐할수록 걱정은 커진다.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일에 집중했다. 글을 쓰고, 동네를 걷고, 기타를 치고, 영화를 보고, 요리를 하며 쉴 새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서 아내에게 뻔한 질문을 했다.

“중간 검사에서 완전관해 됐는데, 최종 검사에서 다시 암이 발견된 사람은 없겠지?”

림프종 카페의 모든 글을 다 읽은 아내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있긴 있더라..”

괜히 물어봤다.



그래도 검진 날은 다가왔다. 검사를 받기 위해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병원을 갔다. 하루에 모든 검사를 하면 좋겠지만 아픈 사람은 늘 많고 병원은 언제나 바쁘다. 한가한 내가 맞추는 수밖에.. 수요일에는 CT 검사, 목요일엔 PET-CT 검사와 외래진료가 있었다. 병원에선 하루 입원을 하길 권유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입원하고 싶지 않았다. 이틀 동안 집에서 병원까지 나 홀로 갔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러 ‘림프종 센터’를 갔다. ‘림프종 센터’는 내가 이 병원에 온 첫날 왔던 곳이었다. 그날 생각이 났다.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대기자 명단에 내 이름이 보이지 않던 그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병원 TV 화면만 바라봤던 그날. 진료실 문을 웃으며 나오는 사람들과 눈물 흘리며 나오는 사람들을 모두 봤던 그날. 나는 어떤 표정으로 나오게 될까 걱정하던 그날.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 그날.



그날 앉았던 소파에 가서 앉았다. TV 화면 속 대기자 명단을 바라봤다. 역시나 오늘도 내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예약 시간은 한참 지난 뒤였다. 가만히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행히 오늘은 눈물 흘리는 사람은 없었다. 20분 정도가 지나자 간호사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교수님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셨다.



“몸은 요즘 어떠세요? 치료 결과는 굉장히 좋은데.”

교수님께서는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이게 첫날 와서 찍은 사진이고, 이게 3차 항암 끝나고 찍은 사진, 이게 오늘 찍은 사진이에요. 처음에 여기 까만 부분이 다 암이었는데, 이제 깨끗합니다.”

교수님은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시고 마지막 한 마디를 던지셨다.

“치료는 이제 끝입니다. 3개월 뒤에 봅시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던 결과였지만, 그래도 기뻤다. 그동안의 과정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던 절망의 순간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의 순간도, 결국 다 지나갔다.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희망과 행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히 마음속에 자리 잡아서 그들과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겼다.



열심히 싸워준 내 몸에게 고맙다. 이제 내가 몸에게 보답할 시간이 왔다. 좋은 음식들을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잠도 충분히 자야겠다.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잘 관리하며 살아가야겠다. 사소한 일에 분노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겠다.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희망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한 번 사는 인생을 두 번 살게 해 주셨으니, 가치 있고 보람차게 살아가야겠다.

내 두 번째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5년 항암 치료를 마친 후 완전관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기 검진을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이제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투병기를 남깁니다.
제 투병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오늘은 제가 마지막 검진을 받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달 전 일이 되었네요.


1월 말 다시 한번 검진을 받고 왔습니다.

여전히 깨끗했습니다.

벌써 또 다음 달이면 정기 검진 날이 오네요.

검진 날이 오면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잘 이겨내 보겠습니다.


어제 브런치 글을 올리고,

작가님들이 달아주신 댓글에 답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라고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온종일 이불속에 누워있었는데,

오늘 일어나니 멀쩡합니다.


혹시나 오늘 글을 쓰지 못할 줄 알고 걱정했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쓸 수 있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작가님들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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