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기
며칠 전 일이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상대방이 연락 한 통 없이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괜찮다고 넘겼는데, 10분, 20분이 지나면서 마음속에서 서서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내 시간을 이렇게 대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도 점점 날카로워졌습니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예상치 못한 상황, 혹은 작은 실수 하나가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요.
저는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쉽게 화가 날까?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다루는 법을 조금씩 배우면서 깨달았습니다.
화라는 감정도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라는 사실을요.
예전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거나, 속으로 계속 끓어오르며 하루 종일 기분이 망가졌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감정을 코칭하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 다르게 반응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아야 하고, 드러내면 안 된다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억누르는 건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속에서 더 큰 불편함으로 쌓여만 갔지요.
그래서 이제는 감정이 올라올 때 이렇게 말하려 합니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단순히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왜 화를 내?’라는 비난 대신, ‘지금 화가 있구나’라는 이해로 바꾸는 것,
이것이 감정 코칭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화 뒤에는 늘 다른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서운함, 두려움, 외로움, 혹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단순히 화만 본다면 상대방을 탓하고 끝났을 텐데,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발견하는 순간 제 마음이 왜 이렇게 반응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운함은 곧 “나는 존중받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화로 드러나지만, 그 속을 천천히 따라가 보면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화가 단순히 폭발하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 화는 사실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해주려면 지금 뭘 하면 좋을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니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결국 약속에 늦은 상대를 만나서는 차분히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고, 예전처럼 하루 종일 기분을 망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깨달았습니다.
화라는 감정은 사라져야 할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라는 것을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코칭하듯 바라보면, 오히려 그 순간이 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됩니다.
감정을 코칭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질문을 건네는 것.
짧은 순간에도 스스로를 코칭할 수 있다면, 마음은 훨씬 더 단단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