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손님 같은 감정
가끔은 아무 이유도 없이 불안이 스며듭니다.
일이 잘 풀리고 있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마음 한쪽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초조함이 올라올 때가 있죠. 마치 저만치서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처럼, 불안은 불쑥 다가와 제 호흡을 흔들곤 합니다.
잘 지내던 하루 속에서, 문득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찾아오면, 마치 얇은 유리 위를 걷는 듯 조심스럽고 불안정해집니다.
저는 그런 순간이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밤이 깊어지면 더 그랬습니다.
방은 조용한데 제 마음은 소음을 가득 품은 듯 산만했고, 불안을 밀어내려고 애쓸수록 그 감정은 더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불안을 억누르려 애썼습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이유도 없는데 왜 불안하지? 그냥 잊어버리자.” 그러나 억누르려 할수록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림자처럼 더 짙어졌죠.
어느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잠시 앉아 그 불안을 바라보는 게 더 현명하다는 것을요.
어느 날부터 저는 불안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제 안에서 일어나는 불안의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불안은 사라져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려는 또 다른 신호였다는 것을요.
저는 불안이 몰려올 때면 가장 먼저 눈을 감고 호흡을 붙잡습니다.
들숨과 날숨에만 집중하다 보면, 불안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가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지만, 반복하다 보면 호흡의 리듬이 조금씩 안정감을 가져옵니다.
바람에 흔들리던 촛불이 천천히 다시 고요해지듯, 내 마음도 잠시 균형을 회복합니다.
또 하나 자주 쓰는 방법은 공책에 단어를 적는 것입니다.
“불안하다”는 글자를 반복해서 쓰기도 하고, 혹은 “나는 지금 ○○ 때문에 불안하다”라는 문장을 완성해 보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종이 위에 내려앉은 단어는 내 안에서 부풀던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불안을 글로 꺼내 놓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감정이 구체화되며,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불안을 쫓아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손님 같은 감정입니다.
쫓아내려 하면 더 버티지만, 자리를 내주면 생각보다 쉽게 떠나기도 합니다.
불안은 나를 흔드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단단히 서야 할 자리를 일깨워주는 신호이기도 하니까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때로는 불안 덕분에 내 마음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되고, 삶을 더 단단히 붙잡게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호흡으로, 글쓰기로, 혹은 짧은 산책으로 불안에게 잠시 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불안은 더 이상 두려운 그림자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작은 파도처럼 느껴집니다.
불안은 우리를 흔들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삶은 더 깊어지고,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