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짬뽕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결정의 어려움이란, 단순히 '오늘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처럼 개인적인 선택에 대한 고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비교적 간단한 문제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풀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개발 직전의 디자인 시안 확정 회의에서 A안과 B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혹시 C안은 없을까?"라고 묻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압축된 선택지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말한다.
결정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ChatGPT & Deepseek 참고)
a) 완벽주의(Perfectionism)
- 모든 결정이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정을 미루거나 새로운 대안을 계속 찾으려는 경향.
- 문제점: 완벽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결정 지연으로 이어지고 프로젝트 전체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
b) 실패에 대한 두려움(Fear of Failure)
- 자신의 결정이 실패로 이어질까 봐 책임을 회피하거나, 가능한 많은 선택지를 고려해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심리가 작용.
- 문제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리스크.
c) 자신감 부족(Lack of Confidence)
- 자신의 판단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인해 타인의 의견을 과도하게 참고하거나 결정 자체를 회피.
- 문제점: 이는 조직에 불필요한 피로감을 주고, 결과적으로 효율성을 저하.
솔직히 말해서, (2) 번에서 언급한 결정 지연과 결정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이미 굳어져 있어서, 만약 이런 상사가 있다면 가능한 한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거나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결정 지연이나 회피 성향이 없는 사람들도 가끔 이런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현재 업무 상황에서 '결정 피로 (Decision Fatigue)'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 결정 피로란 무엇인가?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많은 결정을 내릴 때,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신중하고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가 누적되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회피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 개념은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에 의해 논문으로 처음 제시되었으며, 2012년에 출간된 *'의지력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한 번쯤 들어본 대표 사례로, 법관들이 가석방과 관련한 판결을 내릴 때, 오전에는 가석방 승인율이 높지만 오후로 갈수록 피로가 쌓여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사실 결정 피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5)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결정 피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 바우마이스터는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의지력은 근육과 같다"라고 표현했다. 즉, 의지력은 사용하면 소모되고, 휴식을 통해 다시 충전할 수 있으며, 키울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6) '결정 피로'를 막기 위한 실천 방법
결정 피로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줄이고, 집중력(의지력)이 높은 시간대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래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Tip을 제시한다.
a) 결정할 때 추가적인 조건값을 넣지 마라.
- 1개 조건값만 추가되어도 선택지가 배수가 된다.
b)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전에 하자
- 사람의 뇌는 아침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므로, 중요한 결정은 오전에 내리는 것이 효과적
c) 하루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둔다.
- 하루 업무 시작 전 가장 중요한 업무를 먼저 처리하고, 덜 중요한 업무는 나중으로 미루기
d) 반복적인 루틴 업무는 몰아서 처리.
- 반복적인 단순 작업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에 몰아서 처리하면, 의사결정 에너지를 절약 가능.
(7) 결론
결정 지연이나 결정 회피 성향을 가진 상사가 있다면 전략적으로 대처하거나 상호작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단, 이들의 행동 패턴을 모방하거나 닮아가지는 말길 바란다)
어느 순간 나 자신도 결정 지연(회피)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업무 구조나 스케줄 상에서 결정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만일 본인이 결정 피로를 느끼고 있다면, (6) 번에서 제시한 실천 팁을 활용해 의사결정 능력을 회복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