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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Jun 14. 2024

비리지 않을까 (살이 7)

EP.7 고난 끝에 희망이 보인다.


제주살이 중 큰 딸아이가 며칠 휴가를 내서 내려와 합류를 다.

일만 하다가 짬을 내서 내려온 아이를 보니   맘이 더 편안해졌다.

다 같이 쉴 수 있다. 

가족이란 게 이런 것. 보기만 해도 맘이 뿌듯한 것.

힘든 일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쳐서 해결해 냈을 때는 시너지가 몇 배 커진다.

가끔은 속이 뒤집어질 때도 있지만!



무엇을 먹을까.

큰 애가 "고등어회!"라고 내뱉었다.

"비리지 않을까?"나는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제주에 오니 나가먹든지 장을 봐다가 해 먹든지 해야는데 비바람이 이렇게 몰아닥칠지 모르고  때를 놓쳤다.


비건인(막내) 눈치를 보는 걸 막내는 알아차린다.

"나가서 먹고 오든지 아님 시켜요! 난 집 밥 먹음 되니까 " 언니랑 속을 들여다본 것 마냥 제주까지 와서 언니한테 냉장고털이는 안 하는 막내다.

"먹지 마 왜 먹냐?"라고 하고 싶겠지만... 말 못 하는 속은 속이 아니겠지...

새를 맡아야 하고 먹는 걸 봐야 하고....

엄마인 나는 비건과 비건 아닌 딸 사이에서 난감할 때도 있다.


"미영이네가 잘한다네요!!"

숙소에서 가까운 모슬포항이다. 10분 거리라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 후딱 차를 몰아 항으로 네비를 의지해 나아갔다.

배들은 태풍을 대비해 옹기종기 줄로 묶어놓았음에도  흔들대고 있다.

고등어 횟집이 줄줄이 모여있는데 이상하게 이 집만 문전성시다. 줄줄이 사람들이 이 집으로만 들어간다.


' 집이 붐비는 게 뭔가 노하우가 있겠지...?'



포장을 해 와서 열어보니 고등어회 모둠세트!

싱싱한 회랑 고등어국과 조밥, 김과 밑반찬의 조합. 밥은 따로 안 해도 된다.

고등어국이란 걸 먹어봐서 비릴 줄 알았는데 고등어살은 발라먹고 시래기가 들어가서 그런가 싱싱한 걸로 끓여 그런가 전혀 비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등어회 고등어회 하는구나!'


'고등어회가 비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막내는 조밥에 김, 미역줄거리와 고사리로 맛있게 먹어줬다. 어느 쪽 식단이 영양가가 있는 건지 좀 궁금하긴 하다.

시장에서 생고사리를 1킬로나 사다 둔 건 잘한 일이다.


폭풍전야같은 바깥 풍경을 보며 오랜만에 좋아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했다.


지난 2년간 전세사기에  임대인이 사망하고 전세보증금을 모두 날리는 상황에까지 갔다. 3월에 가까스로 해결이 되어 이제 걱정을 내려놓고 일도 그만두고 쉬러 온 것이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이 휴식 시간이 더 소중하다.

두 딸아이가 옆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줘서 2년간 고금리 은행이자에 버텨 낼 수 있었다.


"고맙다 딸들아, 옆에 있어줘서 큰 힘이 되었다."


폭풍이 거세게 몰려와비를 피하여 한 집에 있으니 지금만은 마음이 편안하다.

비바람은 곧 그칠 거니까...

우리가 위기를 견뎌 낸 것처럼 !



우리의 인생 여정도 그렇듯이

이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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