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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Jul 02. 2024

수국이 설토화라(시골살이 7)

눈을 토해내는 꽃


작은 엄니 모시고

공주 유구 색동 수국 보러 나섰다가 

엄니는 가까이에 가서 꽃도 못 보고

저만치 기찻길같이 눈이 온듯한 수국길만 바라보신다

수국 길이 아득하게 보인다.

차옆 논두렁 겹접시꽃을 보며

"이쁘다 이쁘다..."만 하신다.


맘이 짠해서

카메라에 담아 온 수국꽃을 보여드렸다.

"설토화네? 설토화"

"아닌데 수국, 수국이에요!"

"시집왔을 때 우리 마당에도 설토화 엄청 많았는데 다 죽었어~~"

우리가 함지박만 한  종같이 생긴 걸 수국이라 부르는 꽃을 설토화라고 시는 엄니. 

검색해 보니 정말 엄니말이 맞았다.



수국의 다른 이름은 '설토화(雪吐花)'


두보(杜甫)의 시〈곡강(曲江)>.

바람에 날리는 설토화를 보며 꽃잎이 떨어지니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글귀다.

一片花飛減却春이리니 風飄萬點正愁人이라

일편화비감각춘       풍표만점정수인


꽃 잎 한 조각만 날려도 봄이 감(減)되는데, 바람에 만점의 꽃잎이 날리니 정말 사람을 안타깝게 하는구나.

두보가 수국이 날리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냈다 역시 시성답다.



가슴에 와닿는다.

엄니는 시집와서 당에 핀 설토화가 피고 지는 걸 보면서 꽃 같은 시절을 보냈다. 지고 나면 여름이 왔을 거고  그러다 보면  추수 때가 와서 농사일로 바빴을 것이다.

 

언제 꽃이 피고 지는 걸 여유 있게 볼 때가 있었으랴.


수국길을 걷다 보니 정말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다. 달이 밝은 밤에 보면 더욱 아름답겠다 싶다. 지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또 있었나?

잠깐이라엄니랑 이 길을 걸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벌써 아쉽지만 7월이다. 

가는 봄은 이렇게 보내야만 한다.

그리고, 녹음이 무성해지는 여름을 맞이한다.



그래도 엄니는 이렇게라도 바람 쐬러 나오니 좋은지

 "이게 관광이구나, 좋구나~" 하시며


'대동강아 ~~~~~'를 콧노래로 흥얼거리신다.

"썼다가 찢어버린  많은 대동강아~~"

한 많은  대동강아에 이런 가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살아온 세월이 한스러운 건지 먼저 십여 년 전에 떠나보낸 작은아버지가 그리운 건지 곡조 속에 한이 서려있다.


"오래오래 꽃 보러 다녀요 작은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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