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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Jul 09. 2024

오마담의 인심(시골살이 8)

옛따! 알타리 한통 가저가!!

며칠 째 오마담이 마실이 뜸하다.

뭔 일인가 궁금하던 참인데 저만큼 어슬렁거리며 뒷짐을 지고 나타나신다

"호랑이가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어서 오시오 "

엄니가 반가 하신다.

나도 양말발로 반가이 맞아드렸다. 오마담이 놀러 안 오면 엄니가 무료해하시기에 무지하게 내심 기쁘다.


"바쁘셨나 봐요. 권사님이 안 오셔서 그동안 지가 엄니랑 맞고 쳐드렸어요."

"밭에서 아르바이트하느라 ~"

" 요?~?"

"왜 해보려고?~" 

화투 담요를 펼치며 오마담이 입술을 삐죽한다.


농사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 급 구미가 당긴다

사부작사부작하다 보면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이웃들하고 사귈 기회도 되지 않을까 서이다.

"어떤 일인지 궁금해요."

"자넨 못해! 안 해본 사람은 못혀~"

오마담이 하는 일은 파밭에서 파를 뽑아 다듬고 크기별로 추린 다음에 묶어서 5일장에 실어 보내는 일이라 했다.

85세 된 오마담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일인가 싶어  "담에 갈 때 저도 좀 데꼬가요 ~"

더니

""일할 사람은  많아~ 일거리가 없지~"

라며 뻐기듯 말씀하신다.

나 같은 사람은(왕초짜) 써주도 않는다 한다. 초짜들은 데꼬 가지도 잘 안허지만 손이 느려서 일당도 덜 쳐준다 한다.

"나가서 고생혀지 말고 집에서 작은 엄니랑 부침개 부쳐먹고 노는 게 장땡이여"

하시며 고스톱담요를 펼쳤다.


요즘 시골이 그런가 보다.

8090 연세 드신 분들이 시간 보내기도 힘들고 할 일도 없고 수명이 길어지니  무료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한다. 자식들 외지로 돈 벌러 나가고 결혼해서 출타하고 모두 외로운 분들이다. 나라도 같이 엄니엄니 하니 진짜 엄마 같고 외롭지 않아 좋다.


수박을 썰어서 커피와 내놓으니

"여기 오니 딸이 대접을 잘해줘서 너무 좋네,

어제 알타리 담았는데 좀 가져다 먹어!~!"

"와우 내가 젤 좋아하는 건데 어찌 아셨수?"

"시골에 젊은것들이 없어. 자네가 오니 좋네 안 심심하고!"

'이 나이에 젊다는 말이 어색하지만  오마담이 보기엔 색시같이 보이는가 보다.'


시골 인심이 이렇구나.

네 집 내 집 안 가리고 서로 나눠먹고  대문도 열어놓고 사는 인심.

6,70년대에도 우리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때가 좋았다.


내친김에 오마담집에 따라가서 통에 꼭꼭 눌러 담아주는 알타리 한 통을 얻어왔다.

덥석 건네주는 무 받아먹으니 알맞게 잘 익었다.


같이 대해주심에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에

"오마담님! 자주 마실 오세요. 다방커피 맛나게 타드릴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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