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물 추억(제주살이 11)
추억하나 물들이고
제주
돌담길을 걷다 보니
반가운 꽃들이 알록달록 눈에 띈다.
봉 숭 아 꽃!
♧
나에게도 설레는 시절이 있었지.
열서너 살 때였을까
남녀공학 다닐 때였으니..
빨간 장미가 그려진 하얀 편지지에
"너를 보면 가슴이 뛰어. 나랑 사귈래?"
라고 첫 러브레터를 보냈던 여드름 가득했던 1년 선배
순진했었나?
통한 게 있었는지
답장을 보내며 그날로 1일!
......
별 만남도 없이 편지에만 수차례
'너를 좋아한다. 너만 보인다 '하며
두근거리게 해 놓고..
선배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내 동창중 누구랑 만난다는 얘길 전해 듣고
해명도 듣고 싶지 않았고 그게 사실일까 봐 묻지도 않았다.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설마설마하며 지금까지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건만
30여 년 만에 열린 동창모임에서
그 선배랑 만났다던 그녀도 나왔다.
"그 선배 나한테 목걸이를 선물하며 사귀자 했지"라며
보란 듯이 내 앞에서
자랑하듯 떠들어댄다.
첫사랑을 두근두근 간직했건만
아스라이 무너졌다.
30년 넘게 첫사랑의 추억을 혼자 지녀왔는데
목걸이선물 소리에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한 줄기 달빛이 되어서라도
그 선배에게 닿고자 했던
간절함, 애틋함, 청순함, 순수함이
날아가버렸다.
......
나 차인 거 맞다.
바보같이
봉숭아 물들인 손톱이 그해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해서
한동안 이불에 벌건물을
들여 혼나가며
첫눈이 내리기를 기대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추억이 생각나 물들여보는데
♡
♡♡
너라도
첫눈 올 때까지 나랑 있어주라
오늘날에도 다른 이의 첫사랑은
순수하고 청순하기를 바란다.
그 선배는 왜 그랬을까?
......
제주에서 한달 이제 마무리하고 제주살이 연재를 마칩니다. 부족한 글에 댓글 주시고 좋아요! 해주신 마음 따뜻한 작가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시골살이 얘기와 그 이후 연재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