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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Jul 05. 2024

마취 또 하고 싶으냐!(제주살이 10)

 제주 뚱이 슬개골 탈구 예방 작전



"뛰지 맛! 제발~~~"

요즘 제주 숙소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들리는 내 목소리입니다.

 

우리 강아지 8살 수놈, 별명은  개.

소시지, 뚱이, 피그

2017년 4월

나와 인연이 되어 천안까지 가서 데려온 아이입니다.




생후 3개월 때 동거시작하여 4개월 때 낙하사고로 다리를 절어

놀라서 병원으로 직행하니 아니나 다를까 골절이네요.





 심을 박고 수술하고 깁스하고 한 달. 풀고 케이지에서 한 달. 아이는 다리를 긁지 물지 빨지 간지러운지 가만히 있질 않아요. 저는 아이랑 케이지에 같이 들어있기도 했어요. 아이가 자꾸 밖으로 나오려 해서요.

그런데

수술은 잘되었다 하는데 슬개골이 또 문제라는 거예요.



첫 수술 때 뭐가 잘못됐는지 다리가 휘어서 의사말로는 한참 성장기에 깁스를 해서 성장이 왼쪽과 오른쪽다리길이가  다르게 휘었다고 하는데... 더구나 슬개골도 튀어나왔대요.


흰다리로 인해 2차수술



1년 만에 다시 휜다리 교정수술을 합니다. 경골조면술이라 하는데 아이는 또 일주일의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고 12시 같은 시간에 문안을 다닙니다. 다리가 이쁘게 잘 붙어야 하는데 주인을 보면 분하여 수술부위가 잘못될 수 있다 하여 10분가량 면회시간을 줍니다.

 "엄마가 나를 안 버렸구나."를  같은 시간에 인식시켜 주라 합니다.

이후로 1년 뒤 슬개골 수술을 뒷다리 두 개 모두 합니다.


꼬질꼬질된 깁스


총 3번의 술로 마취와 함께 생사를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고 각서 쓰고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8년이 흘렀네요.

더 이상 수술은 시키고 싶지 않아서 애기 다루듯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아이들 키울 때처럼 말이죠. 나이 먹어가며 반려견과 함께 사는 건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족쇄를 채운 듯 갑갑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거..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데려온 아이니 무지개 건널 때까지 함께 늙어가야죠.


수염이랑 턱에 흰색 털 수가 늘어가고 전처럼 밖으로만 나가려고 설치지 않아요. 바스락  걸음 소리만 들어도 왈왈 짖어서 소음이 걱정되기도 하였죠. 시골로 내려오니  그거 하나는 편하네요. 동네 개들이 같이 짖어주는 거요. 누가 뭐라고도 안 하고요.

"목청껏 하고 싶은 대로 짖어라 서울서 못 짖게 했으니..."

저도 아는지 열심히 고 싶은 대로 노래를 부릅니다.


강아지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이라는데 (사람 1살이 개 7살에 해당한다니 ) 8살이면 56살 정도 되는 거죠. 저랑 비슷해요. 저도, 아이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고 제 말길을 알아듣고 엄마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같을 때 자식 같다 란 생각 들어요.


옆에 아이들이 다 뿔뿔이 일하러 떠나니 지켜주는 자식이 요놈이라도 있어서 든든하기도 해요.


계단하나 만들어주자


제주 한달살이 준비물을 챙기다가

계단까 못 챙겼는데 와서 보니 숙소

소파높이가 35센티라 무작정 뛰어오르고 내리고 안 되겠다 싶어서 계단을 맞추기로 했어요. 하루이틀이라면 참겠는데 앞으로도 보름이상 남아서요


숙소 주인아저씨 동생이 목공방을 한다 하셔서 작은 계단하나를 부탁드렸어요.


"저... 강아지 계단도 만들어주나요?"

"사람 말고는 다 만듭니다."


조각나무로 이어서  전문가가 1시간가량  그리고 자르고  나무못으로 본드 넣어서 붙이고  대패질을 드르륵 기계로 번쩍번쩍하게  만들었어요. 나중에 화분이라도 놓으라 하면서 튼튼하게 만들어 주셨어요. 얇은 널빤지 같은 걸로 모양만 내면 된다 생각했는데...

100년도 대를 물리게 튼튼하네요.


편백나무 계단이라고 요놈아! 향이 느껴지니?


제발 마구 뛰지말으랏!!


드디어 2시간 만에 편백계단이 만들어졌어요.

뚱이가 첨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살살 오르더니 딱 자리 잡고 앉네요. 당분간 소파 위에 오를 때 훈련시키면 잘 오르내릴 것 같아요.

이번에 또 다리가 부러지거나 개골이 삐져나오면  아찔하죠.

더 이상 수술은 정말 안 시키고 싶거든요.  




반려견과 함께 지내시는 분들 꼭 계단이나 미끄럼방지 깔개 준비해 주세요.


우리 뚱이처럼 수술하면 아파요. 여럿 힘들어요.


편백나무 계단을 숙소에 들여놓으니 편백숲에 온 듯 은은한 나무향이 나서 좋네요.

오늘도 제주살이 하루가 이렇게 갑니다.

한라봉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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