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여자 목소린데 H사 스마일카드 배송직원이라 자기를 소개하며 댁에 계신가요?라고 묻는다.
"스마일카드요? 신청한 적 없는데요."
"주소 좀 확인할게요. 마포구 상암동 사시고요."
"네? 상암동엔 산적이 없는데 왜 주소가 그리로 되어있을까요? 이상하네요."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며 누가 내 이름으로 카드를 신청했다는 건가?
더구나 주민번호앞자리까지 불러대니 신경이 바짝 쓰인다.
이상해서 카드회사에 전화를 해봐야겠구나 하며
"카드는 반송해 주시고요.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확인할 길이 없네요. 그럼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 테니 이곳으로 전화해서 확인해 보세요.라고 하며 02... 37.."
옆에 필기도구가 없어서 조금 있다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자로 보내주세요. 제가 지금 메모를 못합니다."
"문자는 안되고요. 제가 운전 중이라서요."
그 여자는 운전 중이라서 전화번호를 문자로 못 보낸다고 한다.
'느낌이 무슨 그러니까 홈쇼핑이나 카드회사에 전화하면 들리는사무실 같은데? 운전?'
"옆에 남자들 소리가 들리는데 운전 중이시라고요?"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여자는 약간 움찔한 듯
"네.. 남자 직원분들하고 이동하며 카드 배달하고 있습니다."
'음.. 그럴 수도 있지..'
"제가 카드회사에 전화를 해보겠습니다."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를 끊었다.
거실에서는 놀러 온 자모들이 아직도 지난주에 서울숲에 다녀온 사진을 보느라 시끌벅적해서 방으로 와서
'이게 뭔 일이지? '
하며 H카드회사를 검색하고 있었다.
H카드회사 직원은 친절하게
"김달래 씨는 작년 5월에 카드를 발급받으셨고 이후로는 카드 신청하신 이력이 없습니다."
라고 상담직원은 또렷하게 말해주었고 나는 재차 물었고 확인받았다.
"방금 이상한 전화를 받아서요. 누가 제 명의를 도용해서 카드 발급을 했나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보이스 피싱 같아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쪽에서 알려주는 번호로 전화를 거시면 그때부터 핸드폰을 피싱당한다고 보시면 되니 절대 하라는 대로 하면 안 됩니다 고객님."
"개인 정보가 카드회사에서 유출된 건 아닌가요?"
나는 기분이 언짢아서 카드 직원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고객님."
전화를 끊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방금 일반전화를 불러주며 운전을 한다던 피싱녀의 목소리를 다시 상기시켜 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 번호를 받아 적고 전화를 걸었다면....
이게 보이스 피싱이구나.. 그런데 전혀 조선족 같지 않고 자연스러운 말투의 한국사람이었는데..요즘은 한국사람으로 알바를 쓰나? '
정신줄 바짝 차려야겠다.
검색하기 귀찮아서 그 여자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면 이후 일은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면서 소름이 쫙 끼쳤다.
아직도 수다 삼매경인 거실로 돌아와 상황을 설명하며
바로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나 방금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어.~~"
엄마들도 깜짝 놀라며
예지엄마도
"나도 같은 상황이면 그쪽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해봤을 것 같네. 전화번호 찾기 귀찮아서.."
슬기 엄마는 쭈뼛거리다 말을 꺼냈다.
"나도 실은 전에 당했어."
우린 깜짝 놀라며 어쩌다가.. 그랬냐며 가까이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5년 전쯤에 농협이라고 싼 대출을 권하더라고.. 그때 집 살 때 대출받은 거 이자를 주고 있었거든. 비싼 이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차라 솔깃해서 다만 몇십만 원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될까 하고 그들이 대출을 하라는 대로 진행을 했지 뭐야. 그들이 알려준 농협 전화로 전화를 걸어 일사천리로 돈을 대출을 받았고.. 그런데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걸 알았을 땐 이미 아차 했지..."
전화를 다시 했더니 받지 않고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내가 새가슴이잖아. 주저앉아 있다가..! 농협으로 뛰어갔지..
가면서 농협 통장에 쓰여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은행에서는 대출을 권하는 전화는 걸지 않습니다.."
라며 신고를 하라고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그때 어떻게든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그걸 받아내려고 농협으로 금융감독원으로 전화 걸고 뛰어다녀도 이미 그들은 잡을 수가 없더라고..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설마설마했지..
그 이후로는 모르는 번호나 일반전화 070 이런 거 절대 받질 않게 되고 벨소리만 나면 섬뜩하다니까..
전화공포증까지 생겼지 뭐야."
"농협으로 전화를 했다며 왜 당한 거야??" 의아해서 이해가 안 가서 물으니
"걔네들이 알려준 번호는 다 가짜 번호인 거야 농협도 아니고 농협을 사칭한 거지."
라고 슬기엄마는 아직도 그날의 공포가 떠오르는지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옆에서 눈만 깜빡거리며 듣던 진이 엄마도
"나도 당할 뻔했어... 냉장고를 구매했다는 문자를 받았고 그쪽으로 전화했고 은행 앞까지 갔다가 그때 정신이 들었어. 그들은 정말 날강도들이야 천벌을 받아야 해. 인터넷으로 그런 구매 문자 받아도 절대 걸면 안 돼 카드회사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게 젤 안전해."
"그러게 별의별 지능적인 수법이 날로 발전하니까 절대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될 것 같아.
스팸으로 온 문자 URL 무심코 눌러서도 안 되고! "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자기 지인도 그런 일을 당해서 큰 피해를 입었고 낙심하며 힘들어한다고 여파가 오래간다며 정수엄마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같은 나이의 사람들도 이렇게 보이스피싱에 걸릴 뻔한데 더 연세 드신 분들은 그들의 수법에 깜박하며 넘어갈 판이다. 모인 사람 모두 비슷한 일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니 얼마나 피싱 수법이 심각한 지 실감했다.
전에는 검찰 등의 수사 기관을 사칭하거나
은행 직원인 척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하거나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거나 납치를 했다는 식으로 직접적인 협박하는 경우 등이었으나
요즘은
피해자들이 계좌번호,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 모든 금융 정보를 사이트에 입력하게 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은행 가짜 사이트로 접속하게 하여 교묘하게폰을 해킹하여 여러 가지 불법 범죄를 저지른다.
피싱을 당하지 않음 더 좋겠지만 당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대처를 잘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묻거나 계좌 비밀번호 등을 물으면 반드시 의심하고 절대 가르쳐주지 말아야 하며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캐취해 내야 한다.
저녁에 딸아이들에게 엄마가 낮에 당할 뻔한 일을 이야기해 주니 아이들도 놀라 했다. 가까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를 실감했다.
"모르는 번호 받지 말고 가족이라고 하며 카톡을 해킹해서 금전 사고도 발생한다니 전화로 확인하고 ~!"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수시로 바꿔 줘야 한다고!
그리고 가족임을 확인하려고 우리는 암호를 정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반려견이름으로 말이다. 카톡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에도 당하지 말자고 코끼리패밀리는 다시 다짐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