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뉴욕에서 취업하기
봄이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센트럴 파크에 누워 봄날의 여유를 즐기고 싶지만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미국의 학기는 가을에 시작해서 봄에 끝난다. 그래서 마지막 학년의 학생들은 파릇한 봄에 취업준비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쁘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은 취업 허가도 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다행히 학교를 졸업하면 1년간 누구나 취업 트레이닝이 허가되는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신청은 학교의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센터에서 상세히 가이드를 주기도 하고, 그에 따라 기간 내에 서류만 보내면 거절 e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니 일단은 비자에 대한 걱정보다 회사를 찾아야겠다.
잡 페어.
교내에서 열리는 Job fair(잡페어)에 갔다. 크고 작은 패션 회사들의 인사 담당자들이 각 배정된 테이블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인턴쉽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이력서를 받았다. 유명하고 규모가 큰 글로벌 브랜드의 패션 기업일 수록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줄이 길다. 인사 담당자도 지쳐가는지 빠르고 간단한 질문과 답변을 끝으로 이력서가 테이블 및 박스로 들어갔다. 이래서 취업 센터에서 이력서를 한장 이내로 간결하게 작성하라고 한 것이었나보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한 브랜드의 인사 담당자는 나에게 미국 시민권자인지 물었다. 그 회사는 외국인은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이럴 때 서글프다. 반면에, 어떤 학생들은 잡페어에서 바로 취업을 제안 받기도 한다. 내 앞에 서 있던 한 테크니컬 디자인 전공의 학생은 원하는 회사가 많아서 언제부터 일 할 수 있는지가 주요 질문이었다. 역시 전공 선택을 잘 해야한다.
나는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다 유학했기때문에 몇몇 회사에서 경력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지만 현재 채용 계획이 없는 포지션인지라 추후 연락을 주겠다 하였다. 교내 잡 페어를 통해서는 정직 채용 연결의 가능성보다는 인턴 연결의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잡 페어 참석의 성과는 별로 없었지만 다양한 인사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헤드헌터.
친구가 명함 한장을 보내줬다.
“ 누구야?”
“ 헤드헌터, 연락해봐.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센터에서 만났어. 외국인들한테 우호적인 것 같아”
“ 오, 땡큐~”
헤드헌터와 연락해서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미국의 헤드헌터들은 회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자를 바로 연결 시켜주기 위해, 사전에 지원자 파악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여 인력 풀을 관리한다. 인터뷰는 한달 쯤 후 내가 신청 한 OPT 시작일이 가까워 졌을때 이뤄졌다. 이전 업무 경험과, 장단점, 희망 직무 분야, 희망 급여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들과 답변이 이어졌고, 이미 요청이 들어와 있는 회사들을 제안해 주었다. 헤드헌터들이 추천해주었던 회사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들이었지만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직종이 많았다. 헤드헌터가 몇몇 회사 지원을 권유하면서 업무 능력에 따라 추후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는 하였는데, 취업 비자 장벽이 있는 외국인도 그러한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 이미 채용 이야기가 오가는 회사가 있었기에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이력서는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
링크드인.
링크드인을 가입했다. 비지니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에 이력 사항을 등록해 두면 인사과 채용담당자들이 보고 연락을 해 오기도 한다고 학교에서도 권장하였고, 이미 취업한 미국 친구들도 추천하였다. 링크드인에서는 다른 SNS 처럼 서로 친구 추가를 하여 인맥 연결을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연결을 넓혀 갔다.
친구들 외에 연결 할 사람이 너무 없어서 교수님들께 링크드인 친구 추가를 부탁드리기도 했다. 시작하자마자 채용 제안이 있지는 않았지만, 연결을 늘려가면서 가끔씩 연관 포지션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링크드인은 회사 채용 제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관련 분야의 사람들과 연결을 넓혀가며 의견을 교환 할 수도 있고, 인맥 연결을 넓혀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면 끊어지기 쉬운 동료들과 지속적인 연결 고리를 가질 수도 있기때문에 링크드인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이 외에도 다양한 경로의 웹페이지 등을 통한 공고를 보고 지원하거나, 인턴쉽을 통해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하는 등의 방법등 미국 내에서 패션 회사에 취업하는 방법은 다양한 것 같다.
지인 추천.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학교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제 막 사회로 나가려는 졸업생들이 가지고 있는 패션회사에 대한 로망은 별로 없었다. 학생의 권한을 충분히 다 경험하고 싶어서 클래스 친구들과 같이 잡페어도 참석하고, 이런저런 취업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반드시 뉴욕의 패션회사여야만 해’ 라는 생각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졸업 후에 관광객 모드로 변신하여 신나게 뉴욕의 여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패션 회사에 다니고 있던 미국인 친구가 헬스키친 근처에서 점심을 먹자고 불렀다. 찐 뉴요커의 맛집을 데려가 줄 것 같아서 신나는 마음으로 달려나갔다.
“ 어떻게 지냈어?”
“ 좋아! 날씨도 좋고 이벤트도 많고. 즐거워~. 아 그리고 나 OPT도 신청했어.”
“ OPT가 뭐야?”
“Optional Practical Training. 학교를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이 1년동안 합법적으로 미국회사에서 일해 볼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비자야. 일도 해볼까 생각중이기는 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
“ 오 그럼 나랑 일할래?”
“응?”
“우리팀에 인원이 부족해서 사람을 찾던 중이야. 너만 괜찮으면 내가 매니저 한테 얘기할께.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자. 나에게 이력서 보내줘."
일주일 후 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 디렉터랑 같이 점심 먹지 않을래.’
눈부신 여름날 뉴욕에서의 런치 약속이 나의 취업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