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엄마니어그램

괜찮다는 거짓말

by 김혜주 비올라

매주 독서모임을 하고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독서모임이 정말 좋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목요일 오전 10시,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무언가 시원해지고 구원받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고, 이제 이 행복을 아이에게 전해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12시까지 단 2시간뿐, 아이가 학교에서 오자말자 가방을 던지며 “엄마 때문에 망쳤어!”라고 버럭 화를 내면 아이의 그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진다. 치유는 무슨 개뿔.


우리는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 않는다. 동네 이웃이 아닌 엄마들과 우아하게 책을 읽고, 대화를 할 때 그 순간의 나는 인간답다. 그러나 목요일이 지나면 그 마법의 인간다움은 사라진다. 금요일부터 나는 순간순간 괴물로 변신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하고 과거로 인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다시 친정에 가면 그 결심은 마구 흔들린다. 눈앞에 없을 때는 낳아준 것만 해도 어디냐. 충분히 감사하다. 그러나 막상 마주하면 엄마의 그 눈빛에 마음이 아프다. “옷차림이 거지처럼 그게 뭐냐”는 지나가는 한마디에 울컥 올라온다.


남편도 나를 만나 많이 참고 살고 있는 거지. 내가 더 이해하고 맞춰 살아가야지. 그런 다짐은 막상 밤새 놀고 귀가하는 남편의 표정을 마주하면 ‘너만 놀 줄 아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독서모임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상처를 치유했다는 나의 글은 거짓이다. 이제 행복하다는 말은 허위이다. 나는 왜 이렇게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나는 왜 작은 한 번의 성공을 마치 지속적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걸까?


내면의 상처뿐 아니라 나의 성격에 대하여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을 알기 위해 성격심리학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은 것이 ‘에니어그램’이다. 에니어그램은 정말 신기했다. 유명한 무당집의 족집게 점쟁이가 말하는 내 속마음을 듣는 느낌이었다.


에니어그램은 ‘에니어’ + ‘그램’이다. 에니어(ennea)는 그리스어로 ‘9’를 의미하고, 그램(grammas)은 도형, 선, 점을 의미한다. 즉, 9개의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도형이 에니어그램이다. 이 에니어그램은 2천 년 전, 고대의 전통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혜를 20세기 미국 심리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하면서 MBTI와 함께 성격유형의 검사 방법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총 9개의 점이, 각각 9개 성격유형을 나타낸다. 각 유형별 특징은 아래와 같다.


1번 유형 : 완벽을 추구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함.

2번 유형 :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친구를 좋아함.

3번 유형 : 성취욕이 강하여, 무엇이든 성공하고 싶어 함.

4번 유형 : 아름다움과 독특함, 슬픔 감정 등에 몰입함.

5번 유형 : 생각이 많고 관찰을 잘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함.

6번 유형 : 불안과 두려움이 많아서, 질문을 많이 함.

7번 유형 : 새롭고 재미있는 것, 행복한 것을 추구함.

8번 유형 : 강하고 힘이 넘치며, 자기주장이 확실함.

9번 유형 : 느긋하고 싸우거나 갈등하는 상황을 싫어함.


그냥 유형검사를 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에니어그램 책을 보니 너무 어려웠다. 마치 의학서적이나 물리학 전공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려운 걸 공부할 때는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좋다. 목요일 독서모임의 약발이 완전히 떨어지는 화요일 오전으로 나는 다시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엄마인 나의 성격과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에니어그램 스터디, 모임의 이름은 ‘엄마’ + ‘에니어그램’을 합쳐서 “엄마니어그램”으로 정했다. 엄마들과 함께 에니어그램 책을 읽고, 각자의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3번, 성취가 유형이다. 이 유형은 자신의 성공과 성취를 자랑하고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아, 내가 3번 유형이라서 칭찬받고 싶어 자랑하고, 쉽게 타인의 비위를 맞추며 상대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나를 바꾸어 왔구나. 아이의 성공을 마치 나의 성공처럼 여기고, 아이를 영어실력을 자랑하려고 그렇게나 열심히 엄마표를 했구나. 아이의 학교공부를 함께 하면 엄마의 사고가 넓어지고 머리도 좋아진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냥 아이가 공부를 잘하도록 만들어서 자랑하고 싶었던 거구나. 나의 성격을 알고 나니, 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서 나는 나의 가족들에 대하여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가정,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그 행동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내 아이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이를 이해하려면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하는 행동, 말투, 태도, 표정을 객관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엄마 혼자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지 말고 질문을 해야 한다. 나의 아이는 하나의 세계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우주이다. 그런 우주를 이해하려면 이 세계를 이해하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늘 아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할지 추측할 수가 없다. 아이의 인생이,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니 학원을 가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불안하다.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그 유형의 특성일 뿐인데, 자칫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혹은 넘치는 사랑 표현으로 아이를 억압하게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제공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잔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이다. 내가 하는 말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에게 필요한 말을 한다. 나는 부모이니까, 아이를 잘 키워야 하니까. 아이를 올바르게 잘 키우겠다는 책임감으로 아이가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서 설명을 한다.


엄마는 애써서 말을 한다. 훈육은 부모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니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반복 알려준다. 자꾸 반복한다. 그러다가 결국 감정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것 같다. 저러다가 학교 가서 선생님 말도 무시할까 봐 불안하다. 짜증이 난다. 화가 난다. 결국 엄마의 말에 성격이 드러난다.


아이의 성격유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엄마의 거의 모든 말이 잔소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성격유형을 공부하면 할수록 침묵이 늘어난다. 쉽게 말하지 않게 된다. 조심스럽게 된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이 정말 이 유형의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말일까? 생각을 반복하면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제외하고 필요한 말은 거의 없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데, 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서로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내 성격 안에서 쉽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서로에 대하여 잘 알아야 상처를 주지 않고, 나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또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엄마가 되어보니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그리고 책을 출판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 다음 글에서 만나요^^


ps.

‘MBTI’는 성격유형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MBTI는 ‘성격’이라기보다는 ‘기질’이다. 기질은 바꿀 수 없다. 바꾸려고 해서도 안 된다. 바꿀 수 없는 기질을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타고난 그 기질이 너의 장점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할 때 두 가지 유형 모두 장점이다. 외향성인 아이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기질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피드백해 줘야 한다. 외향성 아이에게 차분하게 앉아 있으라고 하면 더 불안해진다. 내향성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조심성 있고 차분한 것이 장점이다. 이 유형의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라고 강요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MBTI는 그 유형대로 그대로 인정하고 그 유형 자체가 장점이라고 계속 말해주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면 그냥 침묵하면 된다. 아무 말도 안 해도 된다. 잘 모르면서 한마디 잘못하면 그 말에 자존감이 낮아진다. 그러니 굳이 억지로 MBTI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침묵하면 되니깐^^; 그리고 공부하면 할수록 ‘침묵이 금이다’라는 속담의 진정한 힘을 알게 한다. 결국 공부하면 침묵하게 된다.


ps 2.

에니어그램은 MBTI와 공부 목적이 반대이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이유는 그 성격에서 벗어나게 함이다. 우리가 흔히 “저 사람, 참 성격 있어.”라고 표현할 때, 그때 ‘성격 있다’는 말은 긍정의 의미가 아니다. 그 성격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때 우리는 저런 표현을 사용한다.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이 가지는 성격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그 유형만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에 너무 매몰될 때,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왜곡하여 해석하게 된다.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상처를 받는다.


ps 3.

에니어그램 9가지 각 유형들이 가지는 성격 즉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가치관은 다음과 같다.


1번 유형은 세상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바꿔야 한다. 그래서 늘 타인의 실수와 개선해야 될 점을 찾아서 지적한다. 1번 유형이 옆에 있으면 늘 지적받고 고쳐야 하는 사람이 되어 주눅 들고 힘들어진다.

2번 유형은 ‘사랑에 굶주린’ 감정 때문에 주변 사람을 계속 도와주려고 한다. 도움을 받았으나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하면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서 말을 못 하겠다.

3번 유형은 피라미드 구조로 세상을 이해한다. 계속 위로 올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성공하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 기계 같은 느낌을 준다. 같이 일을 하면 이용당하는 느낌이 든다.

4번 유형은 자신의 희생과 상처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의 배려 없음에 받은 슬픔을 계속 이야기한다. 이미 다 해준 것 같은데, 계속 상처받았다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반복한다. 만족이 없다.

5번 유형은 뭔가를 마스터하기 위해 적게 먹고 적게 잠을 잔다. 인색하다. 옆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낭비하는 거 같아서 눈치 보인다.

6번 유형은 재난영화 같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98%의 에너지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데 낭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의심받는다.

7번 유형은 슬픔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늘 새로운 것으로 욕구를 채우려고 한다. 축제와 파티를 계속 반복한다. 하이 텐션을 맞춰주지 않으면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잠시 행복하나 오래 함께 하면 피곤하다.

8번 유형은 정글 같은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늘 긴장하고 힘이 가득 들어 있다. 눈에 힘 좀 빼라고 무섭다고 하면 이 정도는 견뎌야 자기 사람이라고 당당하다.

9번 유형은 비와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구름에서 은색의 빛줄기를 보려고 노래한다. 주변은 답답한데 자신은 평화롭다고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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