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아이와의 교감

by 워크코드랩

임신을 하고 여러 작고 큰 이벤트가 있었어요.

임신 극초기, 피 비침이 있어 열흘 정도를 누워만 지냈어요. 그 시기를 보내고 9주 차에 접어들며 조리원을 알아보고, 11주 차에는 벌써 조리원을 예약했습니다. 12주 차에는 갑자기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났어요. 140/90가 나오며 임신성 고혈압의 양상이라고, 초기에 나타난 증상이다 보니 주의가 필요하고 하셨어요. 참고로 임신성 고혈압은 엄마도 위험하지만 아이에게 산소가 충분히 가지 않을 수 있어 절대 조심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매일 가벼운 운동, 산책을 하고 먹는 것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고 시간이 지나며 혈압이 안정적으로 잡혔습니다. 가끔 130 정도로 높게 측정되는 날이 있었지만 그래도 140을 넘기지 말자를 목표로 지냈어요.


뱃속의 아이와 3개의 계절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만삭의 임신부가 되었습니다. 출산이 임박하면 정기검진을 1,2일 내로 자주 가요. 예정일을 앞두고 3일 전, 진료를 보는데 혈압이 150을 넘어갔어요. 시간을 갖고 대기한 후 재측정해도 혈압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소변검사에서도 약간의 단백뇨가 측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임신중독증 초기 상태로 분류되었고 당장 월요일 유도분만이 결정되었어요.


그 진료 후 월요일, 예정일을 하루 남기고 오전 7시 반에 입원수속을 마쳤어요. 그리고 바로 유도분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느껴지는 자극만 있을 뿐 아이는 반응이 없었어요. 오후 4시가 지나고 유도분만을 중단했어요. 병실에 올라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양수가 터졌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너무 무서웠어요. 양수가 터지면 빠른 시간 안에 아이 분만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바로 유도분만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 4시, 저의 진정한 진통이 시작됐습니다. 그전까지 느낀 것도 진통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진통'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 시간까지 느낀 진통은 '그냥' 유도분만을 하니까 생긴 진통, '이게 진통인가'라는 정도의 진통이었나 봐요. 진짜 '찐'이 찾아왔습니다.

라마다 호흡? 필요 없어요. 남편 손? 필요 없어요. 욕 안 하면 다행이다 싶어요.

그 새벽이 지나 어느덧 9시가 되었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상태를 체크해 주시는데 자궁문이 조금 열렸다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조금? 조금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여기 베드에 누워서 유도분만 시작한 지 24시간 정도가 되었는데 말이죠.


9시가 지나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무통주사를 맞고 있었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갑자기 아이가 크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베드에 누워있는 하루동안 한 번도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돌더라고요? 한 바퀴를 쑤욱 도는 느낌이었어요. 지금껏 뱃속에 품고 있던 때의 움직임보다 가장 큰 것이었죠.

'아, 아이가 나올 준비가 되었구나'라고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감동이었어요. 제가 저희 아이의 의지를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어요.


이제 아이가 나올 준비가 되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숨 쉬는 방법, 힘줘야 하는 타이밍을 설명해 주셨어요. 분명히 그 말소리가 들렸는데 제 스스로가 컨트롤이 안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다습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거 안 되겠다, 배 밀어!", 간호사 선생님이 제 베드로 올라와 배 속의 아이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이라 정말 몰랐는데 출산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10시 45분에 아이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데려가고, 저는 한참을 회복실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분만 후 저는 다른 산모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후처치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출혈이 심했어요. 혈압은 53까지 떨어져 간호사가 제 뺨을 때려도 반응을 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보다 늦게 분만을 시작한 산모들도 모두 병실로 돌아가는데 저만 나오지를 못해서 남편은 물론 부모님의 걱정이 아주 컸어요. 응급실을 가야 하는지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오후 12시가 넘어서며 회복실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아이를 갖고 품고 있는 과정에서도 매일 처음인 일을 많이 겪었어요. 출산 역시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큰 일, 처음의 일이었죠. 무엇이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는 저는, 아이의 의지,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의지를 느끼고 출산했어요.

아이는 이런 제 성향을 닮았는지 나오기로 결정한 시간이 있다는 듯, 예정일까지 뱃속의 하루하루를 다 보내고 나왔습니다. 저를 닮아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알리며,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눈코입 모두 멀쩡히 세상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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