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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Jan 04. 2023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들

나만 못 먹는 모히또

오늘처럼 외출 후 귀가 아플 정도로 추운 날이면 몰디브에서 일할 때가 생각나곤 합니다.


'꼭 다시 와야지, 그땐 나도 놀러 와야지!' 매일같이 생각했지만 그만둔 이후 한 번도 가지 못했네요.

가까운 곳이 아니다 보니 적어도 일주일은 휴가를 써야 갈 수 있는 곳인데, 하루 숙박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또 퇴사를 하고 가기에는 망설여집니다.

큰맘 먹고 가는 곳, 저는 언제 그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요?




제가 근무했던 리조트 고객 90%는 신혼여행으로, 나머지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오는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대도시 호텔이나 이런 휴양지의 리조트에 근무하다 보면 하루하루 다이내믹한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는데요.


도심의 호텔은 조금 더 가혹한 편이고요.


이곳은 다들 쉬러 오는 곳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표정에 여유가 넘칩니다. 저희도 직원과 고객 사이의 관계를 당시 국내에선 생각도 못한 friendly라는 키워드로 규정했어요.


아무튼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한 유러피안 고객이 다가오더군요.

"수영복을 잃어버렸는데 하우스키핑 쪽에 확인 좀 해주세요."

(물론 영어로 얘기했습니다.)

"속상하시겠어요. 어디서 잃어버리셨어요? 색상은요?"

"흰색이고, 상의만 없어졌어요. 분명 침대 위에 놔뒀는데 오늘 아침 하우스키핑에서 가져간 것 같아요. 확실해요"

"... 하우스키핑에서 손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진 않지만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혹시 다른 곳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 지금 청소를 진행하며 구석구석 꼼꼼히 확인해 볼게요!"


하우스키핑팀에게 가장 민감한 상황이 바로 이런 이슈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물품이라도 휴지통에 있는 물품 이외에는 바로 옆에 정리를 하지 절대 버리거나 훔치지 않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일단 하우스키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안녕? 나 나탈린데 어제오늘 000호 청소했지? 거기서 분실물이 생겼대. 흰색 수영복, 혹시 기억나?"


"나탈리! 우리 아닌 거 알잖아!"


"너무 잘 알지. 근데 너한테 확인하는 게 내 업무야. 혹시 지금 침대 밑이나 구석진 곳 한 번만 더 확인해 줄 수 있을까?"


"진짜 현타와! 지금 두 명 보낼게. 기다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하우스키핑팀은 이런 이슈가 생길 때마다 경위서(제가 근무하던 곳에서는 report라고 불렀는데, 의역했습니다.)를 쓰곤 했어요.




팁 받아 보셨나요?


외국에서 근무하면 팁에 관대해집니다.

저도 해외 여행할 때 많이 냈어요.


근무하면서 처음 팁을 받던 날, 왠지 그걸 받는 게 창피하더라고요.

한국은 팁문화가 없기도 하고. 처음엔 받아야 하나 머뭇거렸어요. (제가 안 받고 가만있으니 팁이 적은 줄 알고 조금 더 주시더라고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을...)


그냥 받은 건 아니고요.

몰디브는 보통 섬하나에 리조트가 하나씩 있다 보니 굉장히 크고 또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고객들에게 리조트 온보딩 겸 투어를 해드리면 2달러~5달러 정도를 팁으로 받았는데요. 아무리 익숙해지려 해도 한 달 정도는 괜히 민망하고 머쓱하고 그랬습니다.

이따금씩 한국 손님들도 주셨는데 그땐 진짜 못 받겠더라고요.


4개월 차였을까요. 슬슬 몰디브 뙤약볕의 날씨도 익숙해지고 팁문화도 익숙해질 때였습니다. 저랑 친한 모로코 노부부가 있었는데 리조트를 떠나는 날 저는 팁으로 500달러를 받았습니다.

이걸 꿀꺽할까 셰어 할까 하다가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다 같이 나눴습니다.


나중에 그분들은 프랑스에서 잠시 살 때 모로코로 가서 만나기도 했어요.


오전 스케줄은 새벽 4시에 시작합니다. 저는 일몰보다 일출 보는 게 좋았어요.



오늘은 쓰는 데 오래 걸리네요.


to be continued...


다음 글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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