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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Sep 24. 2024

 오늘에 머물기

일어나면 나는 자연스럽게 서두른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손은 자동으로 휴대폰을 집어 든다. 출근길에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미팅 일정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다. 하루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묘한 허탈함이다.나는 오늘을 어떻게 산 것일까? 아니면 그저 또 하루가 흘러간 것일까?..  오늘을 살고 있지만, 정작 ‘오늘’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왜 우리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면서도 그것을 놓치고 마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 우리가 ‘지금’이 아닌 ‘허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가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오늘을 잃어버린다.


가끔 이렇게 생각해본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라면?’ 우리가 가진 것은 사실 오늘뿐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이 ‘지금’을 놓친다. 마치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도 창문에 묻은 작은 얼룩에만 시선을 빼앗기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불안이 대부분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불안해한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했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상상에서 오지만, 그 상상은 우리를 지치고 불안하게 만든다.


‘오늘의 순간에 머무는 연습’은 이 불안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자주 잊고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따뜻한 맛을 느끼는 것, 산책 중에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삶을 이루어간다. 마치 퍼즐 조각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듯이 말이다.


삶이 바쁠수록 우리는 현재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보자. 그 순간 우리는 오늘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우리 앞에 펼쳐진 ‘오늘’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자. 발밑의 땅, 공기 속에 스치는 새소리, 나무 잎의 흔들림.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순간’이다.

출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 잠시 음악을 멈추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그 소음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소리가 들려오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오늘의 순간이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소음과 타인의 감정에 너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라면, 감정의 경계는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바람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되, 그것이 내 감정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연습. 그것은 나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말이나 비판이 나를 흔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내 본질을 흔들게 두지 않는 것, 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음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 순간을 지키는 것이다.


결국, 삶은 어디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중에 느껴지는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오늘을 놓친다면, 그 어떤 목표나 성공도 완전한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이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과 평온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있다. 마치 저녁 노을이 서서히 변하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면, 그저 하늘이 어두워졌다고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가버릴지 모른다.


오늘의 순간에 머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우리는 더 평온하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그 흐름 속에서 ‘지금’에 머무는 연습을 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삶은 결국, 순간들의 조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작은 순간을 놓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을 놓친다면, 우리는 그 어떤 목적지에서도 진정한 만족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에 머물러라. 그것이 가장 확실한 행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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