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 Sep 24. 2024

흔들림의 미학

살다 보면 안개 속에 들어선 듯한 날이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길이 분명하고 하늘은 맑았는데, 어느새 주변이 뿌옇게 흐릿해지고 방향을 잃은 기분이 든다. 길을 찾으려 애쓸수록 불안만 커져간다. 삶의 길을 잃는 순간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를수록 더 흔들린다. 마치 출렁다리 위에 서 있는 것처 마음은 어지러워진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많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혼란도 때가 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잠깐 멈춰 쉬는 그 순간, 비로소 길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자꾸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럴수록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오히려 그 자리에 멈춰 지금의 흔들림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안개를 억지로 걷어낼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혼란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 잠시 서서 나 자신을 받아들이면, 그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길이 보인다.


삶은 행복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행복, 불안, 즐거움, 좌절 등 모든 감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워간다. 흔들림을 마주할 때 그것을 피하려는 대신,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길일 때가 많다. 흔들릴 때는 잠시 멈춰서 그 흔들림을 바라보자. 바람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내며 서 있을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흔들림은 삶의 일부다. 불안과 혼란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용감한 일이다. 오히려 그것이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흔들림은 인간으로서 겪는 자연스러운 경험이며,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 마치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깊이 뿌리내리듯, 외부의 상황이나 타인의 감정이 나를 흔들지 않도록 ‘감정의 경계’를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경계는 벽이 아니라, 부드럽게 나를 보호하는 방패와 같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되, 그것이 내 감정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작은 연습이자 균형을 찾는 방법이다.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듯,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며 외부의 혼란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외부에서 오는 비판이나 소음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 이것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를 지키는 법이다. 너는 나를 흔들어도, 나는 이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의 치유는 내가 흔들리는 순간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흔들리는 나를 비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파도를 피하지 않고 그저 물결 위에 떠 있듯이, 우리도 흔들리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파도를 막으려 애쓰지 말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다.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괜찮아, 흔들려도 괜찮아." 배가 물결에 따라 흔들리듯, 우리의 삶도 흔들림을 피할 수 없는 물결과 같다. 그 물결에 몸을 맡기고, 파도에 따라 일렁이는 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완벽한 항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면서도 내가 그 항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흔들림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배우느냐는 것이다. 파도가 거세질수록 우리는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다.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속에는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가 담겨 있다. 흔들리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그 순간이 지나간 뒤에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이자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