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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린이 일기

운동은 처음이라

by 영영

매일 헬스장을 찾은 지 꼭 3주가 되는 날이다. 일상의 변화가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의 목표는 한 달 채우기.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올해는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보자, 같은 명분보다는 루틴한 삶에서 오는 안정감 같은 게 필요했다. 어쩌면 이 자유로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 1층에는 헬스장이 하나 있다. 누구는 너무 작다고 불평하나 평생 트레드밀 말고는 사용해 본 적 없는 내겐 이 정도도 충분히 과분했다. 사실 호주에 온 뒤로 헬스장을 찾은 게 처음인 것은 아니다. 그때는 불가능했고 지금은 가능하게 만든 힘이 무엇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었다. 운동에서 만큼은 원인보다 결과가 중요한 법이니 뭐 아무래도 괜찮았다.


운동복 여러 벌에 러닝화까지 챙기던 내게 잔소리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소한 할 말은 생겼다는 생각에 웃음이 삐져나왔다. 오랜만에 헬스장을 찾은 날, 효과적으로 운동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난 마치 견학 온 사람처럼 그곳에 있는 모든 기구들을 체험해 보았다.


아무리 혼자 씨름해도 도저히 사용법을 모르겠는 경우엔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나만의 명확한 루틴이 생겼다. <1. 경사도 15, 속도 4.5 4분, 3으로 1분(6 set) 2. 복부&힙 운동 15분 3. 팔&어깨 운동 15분 *기구 이름은 아직도 잘 모름> 헬스장에 꾸준히 다닌 사람들이라면 귀여워 보이는 수준이겠지만, 종이인형으로 살아온 내 삶에 있어서는 엄청난 성과였다. 심지어 어제는 다른 사람이 기구 사용법을 묻기까지 했다니까!




잔뜩 땀을 흘린 후 찾아오는 쾌감이 좋다. 옆사람과 경쟁하듯 수를 늘려가거나, 들리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순간 또한 마음에 든다. 다이어트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운동이 끝난 후에도 마음껏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있다. 아, 혹시 그래서 운동이 재밌게 느껴지는 건가.


아무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꾸준히 헬스장에 다녀 볼 예정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가다 보니 벌써 몇몇과는 안면을 텄다. 이 사소한 노력이 내 몸과 마음에 분명한 동력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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