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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Oct 30. 2022

이기심의 크기

이기적일수록 더 잘 사는 모습을 볼 때면

  골목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누군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소리는 옆집 빌라를 넘어 내 방 창문까지 두들겨댔다. 목소리를 들으니 우리 아빠다. 아빠가 술을 먹고 들어왔다. 한동안 시끄럽더니 잠이 들었는지 이제는 조용하다.      


  노랫소리는 이제 없지만, 아빠의 술 냄새는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방에서 나와 부엌에서 두리번거리는 엄마를 발견했다. 아빠랑 한방을 쓰는 엄마는 지금 자신이 머물 방이 없어졌다. 아마 반쯤 창고로 쓰는 내 방 옆에 있는 방에서 쉬든지 잠을 자든지 할 것처럼 보인다.


  근데 조금 웃기다. 우리 집에서 제일 못된 아빠가 가장 큰 방을 지금 혼자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내 방이 크고 방 크기만으로 치자면 제일 작은 방을 가지고 있는 내 동생, 그리고 엄마는 지금 아빠의 음주를 이유로 일시적으로 방이 없는 상태다.     


  가만히 보자니 이기심이 큰 순서대로 큰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 우리 집의 모습이 세상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인 사람이 가시적인 이득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기적인 쪽으로 자신의 인생 방향을 변경하기도 한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권선징악은 동화 속에서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고 아무리 봐도 착하면 손해 같다고 느껴질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착하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칭찬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바보 같고 세상 물정에 어둡다’와 유사하게 쓰일 때가 많다. 착하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든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무례하게 굴고 더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딱히 있는 것이 아니다. 상처받는 것도 손해를 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안 아프고 손해를 안 보면 그만인 이유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는 싶지 않다. 딱히 잘못도 없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싶지도 손해 보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는 것이 싫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기 삶을 통해 몸소 이기적인 사람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선택만 하면 된다. 이기적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조금 다르게 살 것인지.      


  아빠가 잠에서 깼는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도 목소리가 큰데 술 마시니 더 크다. 엄마는 결국 옆방으로 들어간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랬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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