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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제대로 못 잘 거야? 그럼 더 잘 거야!

by Carroty

워치를 착용하고 잔 첫날, 수면 점수가 99점이 나왔다. 완벽에 가까운 숫자가 묘하게 찜찜했다. 완벽한 잠이라니, 양압기를 벗으면 나는 그 완벽을 얼마나 잃을까. 그래서 실험을 해봤다. 나의 진짜 잠은 몇 점일까. 그래서 이틀 동안 일부러 양압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봤다.


확실히 이물감이 없어 잠에 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차례 잠에서 깨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알았다. 아, 수면의 질이 엉망이구나. 양압기와 함께 진단받은 증상은 중증 수면무호흡증이었다. 나의 경우, 2분에 한번 정도 숨을 못 쉬는 정도라서 '중증'이라고 했다. 숨이 멎는 순간, 몸속 어딘가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뇌가 장기를 흔들며 외친다. '이러다 다 죽어! 빨리 일어나!' 그때마다 내 위, 장, 간은 잠을 포기하고 야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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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아침, 점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73점. 보통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양압기 없어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 점수는 더 떨어졌다. 식사가 끝나면 잠에 취해있었다. 몸은 자연스럽게 침대를 찾았다. 오만이었다.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숨을 쉬지 못하면, 아무리 자도 쉬는 게 아니라는 걸. 수면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수면의 양을 늘리려고 몸이 악착같이 부족한 잠을 채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이틀 동안 비를 핑계로 반려견 봄비와의 산책을 미뤘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해서 계속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보다 큰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조절이 되지 않는 식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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