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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제대로 안 잘 거야? 그럼 살 찔거야!

by Carroty

애초엔 하루만 안 쓰려고 했다. 그런데 하루로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틀 연속으로 양압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둘째 날 아침에 체중이 소폭 증가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화장실을 잘 가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밤새 야근한 나의 장기가 파업을 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식욕이었다. 예고했던 대로, 식욕은 통제 불능이었다. 점심을 먹고, 두세 번에 나눠먹을 양의 샤인머스켓을 한 번에 털어먹었다. 혈당 때문에 적게는 5알, 많게는 7알 정도 먹는 것이 좋다고 알면서도, 눈앞의 초록빛 달콤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마지막 샤인머스켓이니까, 그 말로 모든 것을 합리화했다. 잠이 모자라서 단 음식이 당겨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낮잠을 자려고 했다.


그렇게 누운 자리에서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강정을 7개 먹고, 포카칩 한 봉지를 해치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눈을 뜨자, 치킨이 있었다. 잠시 헤어졌던 치킨과 재회한 첫 순간은 짜릿했다. 그러나 배가 차오르자, 죄책감도 함께 부풀었다.


결국 나는 제대로 안 자는 것도, 못 자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제대로 자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자기로 했다. 숨을 쉬기 위해, 제대로 살기 위해. 그리고 남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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