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폭주기관차를 타고 달려 나가자

by Carroty

우연히 손에 쥐어진 초코송이를 입으로 넣었다. 그리고 눈앞에 새하얀 오레오 크림이 잔뜩 발린 쿠키가 보였다. 손에 집히는 대로 입에 넣었다. 잠시 후, 맥도널드 감자튀김이 내 앞에 잔뜩 놓였다. 맥너겟 등 다양하게 있었지만 감자튀김을 품에 안고 입 안 가득 구겨 넣었다. 세상 행복했다. 꿈이었다.


남편이 옆에서 라면을 먹고, 삼겹살을 먹어도 견딜 수 있었다. 남편 혼자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 며칠 초코송이, 홈런볼, 칙촉, 촉촉한 초코칩, 포카칩,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 충동이 자꾸 올라왔다. 그런 꿈을 꾸고 나니 본격적인 욕망이 더 심해졌다. 특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남편이 좋아해서 냉장고에 있었다. 당장이라도 꺼내서 기라델리 초코시럽을 뿌려 견과류를 부셔 올려먹고 싶었다.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 거하게 먹어볼까?'라고 생각하고 배달 어플을 열었다. 주문이 되는 곳을 확인하고, 메뉴를 내리다가 지쳤다. 오히려 먹으려고 하니까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먹었을 때 일어날 여파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땅콩과자, 호떡, 와플, 델리만쥬, 핫도그, 샌드위치, 계란빵, 떡꼬치를 일괄삭제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새벽에 간식으로만 3만 원을 쓸 뻔했다. 치킨 한 마리 값이었다. 다음에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69kg이 되면 보상으로 한 번 거하게 먹어도 되지 않을까?


20250922 (14).jpg


keyword
이전 17화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