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누가 문제인가 했더니

by Carroty

최근 공복혈당 수치가 100mg/dl 초반까지 내려갔다. 복용하고 있는 약이 점차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음식 조절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은 아무리 늦어도 9시 이전에 식사를 끝내고 있다. 잠도 양압기 착용을 가급적이면 잊지 않도록 했다. 이놈의 혈당은 어찌나 예민한지 잠을 못 자도 튀고, 음식을 너무 오래 못 먹어도 치솟고, 너무 늦게 먹어도 안 떨어지고 난리다. 누굴 닮았나 했더니 날 닮았다. 혈당 그래프를 보면 꼭 성격표를 보는 것 같다.


스크린샷_10-10-2025_22365_excel.cloud.microsoft.jpeg


내 몸은 아직도 혈당이 100mg/dl 아래로 떨어지는 걸 위험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최근에 혈당이 100mg/dl 초반대로 나오니까 초코송이 등 단 음식이 엄청 떠올랐던 게 아닐까 싶었다. 바보같이 착한 뇌는 내가 학습시킨 대로 '야, 우리 혈당이 낮으니까 단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한 거고, 나는 '다이어트해야 돼'하면서 부들부들 참아낸 거고. 그동안의 행보와 너무도 달라서 몸이 혼란을 겪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나는 이해심 부족하게 '너 언제 살 빠질 거야?'라고 재촉만 하고 있으니까 몸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몸은 자기네들끼리 '쟤 그렇게 많이 운동하거나 적게 먹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살 빠지래?'라면서 나를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쁜 녀석들.


욕먹을 각오도, 질타받을 각오도 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한 번에 이것저것 늘리면 다 포기하고 싶어 질 테니까 천천히 늘려가는 중이다. 식사 기록이 익숙해졌을 때, 수면 시간을 체크하는 것으로 바꾼 것처럼. 조금 더 익숙해지면 스쿼트도 하고, 케틀벨 운동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진짜 나를 바꾸고 싶으니까.


20250922 (15).jpg


keyword
이전 18화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